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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된 구글 놔두고…국회선 국내 사업자 규제안 상정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공공의 적’이 된 모양새다. 올 초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설치된 휴대폰을 통해 이용자 모르게 기지국(셀ID) 코드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계 각지에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구글은 메시지 수신 기능 개선을 위해 셀ID 코드를 수집했고 별도 활용없이 즉시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와 이용자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용자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 정보인데다 다른 정보와 결합될 경우 보다 깊숙한 생활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쉽게 말하면 ‘안드로이드OS 폰을 쓰는 이용자는 구글의 손바닥 위’에 있었던 셈이다. 구글세(稅)로 불리는 다국적 기업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구글 규제’ 움직임에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에선 정반대의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역차별 해소가 아닌 오히려 심화 우려가 제기된 법안이 상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뉴노멀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다.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뉴노멀법을 상정했다. 이 법안은 28일과 29일에 열릴 과방위 법안 소위원회 심사 최종 안건으로 채택될지 곧 결정될 예정이다.

◆방발기금·경쟁상황평가, 국내 사업자만 옥죄나=뉴노멀법엔 포털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과 기업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방발기금의 경우 방송이나 통신사 등 정부 허가를 받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물리는 규제 성격이 강하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분배받는 대가로 출연금, 전파 사용료 납부 등이 의무화돼 있다. 이와 같은 의무를 누구나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벌이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지우겠다는 것이다.

또 개정안엔 네이버, 카카오 등 자산 5조원 이상 포털 사업자들이 허가사업인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경쟁상황평가를 받도록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있다.

경쟁상황평가란 이동통신 시장과 유선전화 시장 등에만 적용되는 규제로 각 서비스별 가입자와 회계자료 등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시장 획정 자체가 쉽지 않은 인터넷 사업자에게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엔 불법 정보 유통을 근절할 책임을 지우는 내용도 포함된다. 법적 판단 권한이 없는 민간기업에게 상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사전검열을 강제하도록 만드는 규제라는 점에서 업계 비판이 제기된다.

◆‘역외적용’ 실효성 있을까=뉴노멀법엔 국내 사업자뿐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에게도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역외적용 조항이 들어있다. 김성태 의원은 이를 통해 역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규제들은 국내 사업자만 옥죌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사업자들의 한국 지사의 경우 별도 권한이 없고 실질적인 업무는 미국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코리아나 페이스북코리아 등에 법을 적용해도 규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고 미국 본사를 겨냥하는 것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통상 마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매출 규모 파악이 급선무인데,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매출은 추정만 할뿐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들 사업자의 국내 매출 파악을 위한 실질적인 조사나 움직임 없이 법 적용이 진행되면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이 심화될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 현재 포털 업계는 상당수 검색점유율을 구글 유튜브에 뺏기고 있다. 젊은 연령대일수록 동영상에 익숙하고 검색 결과를 글보다 영상으로 보기 원하기 때문이다. 점차 유튜브 안에서 검색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1인 방송 크리에이터(창작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인터넷 관문이 검색 포털이 되기 보다는 개별 앱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게 최근 추세이기도 하다. 개정안은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국내 사업자에게만 규제 화살을 겨누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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