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금융 자동화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레그테크'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금융과 IT기술(IT)의 결합을 일컫는 ‘핀테크(FinTech)’라는 용어가 나타난 이후 금융권에선 다양한 분야와 IT의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 보험과 IT가 만난 ‘인슈어테크(Insuretech)’, 자본시장과 IT가 융합된 ‘캡테크(CapTech)’ 등이 그것이다.
최근 여기에 또 하나의 용어가 합류했다. 바로 ‘레그테크(RegTech)’다. 규제를 뜻하는 레귤레이션(Regulation)과 IT기술의 합성어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와 법규준수를 편하고, 자동화해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핀테크와 인슈어테크, 캡테크가 대고객 서비스에 우선 중점을 두고 발전을 거듭해온 것과 달리 레그테크는 금융사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 등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히는데 실제 금융사 내부업무의 상당수는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는 사업인 경우가 많다.
실제 한해 금융사가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IT예산 중 상당수는 이러한 규제대응, 컴플라이언스 대응 사업에 사용된다. 국제회계기준(IFRS), 자금세탁방지(AML), 자기자본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금융당국과 국제 표준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업들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 대응사업이 방대한 규칙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 지능화되고 자동화되고 있는 금융 서비스에 비해 아직도 사람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권에 IFRS 논의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IFRS 기준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전무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고 바젤2, 바젤3같은 국제 기준 역시 방대한 내용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회자되곤 했었다.
실제로 ‘기술과 금융(Tech and Finance, 2016)’에 따르면 지난해 만들어진 새로운 금융 규제 요구사항은 2만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0년에는 전체 금융규제 사항이 3억 페이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국제회계기준(IFRS), 자금세탁방지(AM)을 비롯해 바젤(Basel),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 등 금융사가 준수해야 하는 국제규제의 설명내역은 각각 수백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레그테크가 활성화되면 기본적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대 여러 가지 이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데이터 수집을 비롯해 분석 및 보고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김용태 팀장은 지난 10월 레그테크 도입 및 활성화 과제 세미나에서 “리스크 데이터 수집능력을 제고하고 각종 분석 및 보고의 효율성 및 효과성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바젤위원회는 ‘효과적인 리스크 데이터 수집과 리스크 보고 원칙’을 발표해 글로벌 은행이 리스크 데이터 수집 능력을 제고하고 IT 등의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확인제도(KYC) 지원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거래제한 대상자의 경우 은행들이 감시 리스트를 확보하고 이를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지만 핀테크 기반의 송금업자들은 물리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에 자동화된 고객확인리스트를 웹으로 제공해 소액해외송금업체에게 관련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레그테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열린 임시국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업무 계획 중 하나로 레그테크 활성화를 적시하면서 레그테크에 대한 수요는 인지하고 있지만 컴플라이언스는 금융사 내부의 영역으로 핀테크 등 IT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기에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폐쇄적인 금융권의 시각과 제도가 우선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레그테크가 활성화될 수 있기 위해선 결과적으로 컴플라이언스 등 중요 업무에 대한 외부 아웃소싱이 가능해져야 하는데 이는 현 금융권 정서상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9월 IBM은 프로몬토리 금융그룹(Promontory Financial Group) 인수를 발표했다. 프로몬토리 금융그룹은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 11개의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는 위험 관리 및 규정 준수 분야, 즉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BM은 프로몬토리 인수를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 ‘왓슨(Watson)’의 금융시장 접목을 본격화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분야에 인공지능을 보다 긴밀하게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IT회사의 금융 컴플라이언스 시장 개척을 위한 준비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레그테크 활성화를 위한 빠른 정책검토와 제도 등이 정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상일 기자 블로그=IT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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