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조정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통신3사는 9일 오후 과기정통부에 선택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조정하는 정부 방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전달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 역시 “기존 입장 그대로다”라며 “현재로서는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 법적 근거가 미비한데다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통신3사 모두 동일하다.
통신사들이 정부에 입장을 전달한 만큼, 과기정통부는 검토를 거쳐 빠르면 다음 주 중 행정처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부와 사업자간 소송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약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여려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우의 수도 다양하다.
일단 첫 번째 경우의 수는 정부와 사업자간 소송이다. 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법적시비를 가리는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요금할인 정책 첫 단추부터 처리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그래서 여러 변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변수 중 하나는 청와대다. 공교롭게도 9일 통신사들이 의견을 제출하던 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요금(약정)할인 고지, 담합 의혹 등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규제기관이 응당해야 할 일이지만 시점이 논란이 됐다. 공정위 방통위 움직임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개입설도 포함돼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공정위와 방통위의 조사가 다른 목적에 의한 것이라면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며 “다만, 확인되지 않은 가정을 놓고 전략을 세울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CEO 리스크도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그룹사인 통신사들은 모두 CEO 또는 오너 리스크를 갖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되는 통신요금 정책을 무조건 외면하기는 어렵다.
만약 특정 통신사가 정부 뜻을 따르기로 결정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시장 1위 SK텔레콤이 정부안을 수용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는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반면, KT나 LG유플러스 중 한 곳이 수용할 경우 나머지 통신사들은 소송을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어느 통신사도 정부 안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시행을 앞두고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는 모른다”며 “과거에는 한 통신사가 시행하면 따라가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사안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며 법적대응을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견서에는 우려의 뜻을 전달했지만 결국은 3사 모두 정부안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어느 한 사업자만 이탈하기는 시장, 경쟁상황상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한 사업자가 정부안을 수용할 경우 통신사들의 방어막은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통신사들의 소송전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경우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통신3사 CEO들을 다시 만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 장관과 통신사 CEO들은 지난달 상견례 차원에서 각각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다시 만남이 이뤄질 경우 선택약정할인을 포함한 전체적인 요금인하 정책을 놓고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
시행까지 남은 기간 중 사업자들이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요금할인율은 그대로 두면서 데이터 이용량이나 마일리지 등 이용자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무조건 요금인하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용자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용량 확대 등 대안을 서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9월 시행을 앞두고 할인율 확대를 없던 일로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아직까지는 통신3사는 한 뜻을 갖고 있고, 정부 역시 정책을 후퇴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지루한 소송전에 돌입하거나 통신사들이 정부안을 수용하는 2가지 결과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