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세미콘 창간기획] 4차 산업혁명, VR·AR 시대를 대비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결국 인내심과의 싸움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았지만 상용화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액정표시장치(LCD)의 핵심인 액정이 등장한지 100년이 넘었고 디스플레이로 쓰이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LCD가 사라지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LCD와 OLED를 적절히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물론 비중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세미콘>은 창간 2주년을 맞아 완숙미의 LCD, 그리고 가능성의 OLED 사이에서 중국과 일본 업체의 추격을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OLED가 LCD와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시장을 꼽자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꼽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11K 해상도에 인치당픽셀수(ppi)가 2250에 이르는 디스플레이 개발 프로젝트 ‘엔데카(EnDK)’를 추진하고 있다. 엔데카는 그리스어로 11을 뜻한다. 오는 2020년 4월까지 진행되며 모바일용 디스플레이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해상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이유는 현실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SID)에 게재된 NHK과학기술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픽셀밀도가 증가할수록 현실처럼 느껴지는 감각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ppi의 증가가 현실감을 높여주는데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감은 VR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가상현실 기기는 머리에 써야 하는 헤드마운드디스플레이(HMD) 형태가 대부분이다. 콘텐츠는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대중화되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많다. 사람의 눈이 두 개, 그러니까 양안에 맞추기 위해 해상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해상도만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면 그만큼 현실감을 높일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OLED는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디스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은 플렉시블 OLED에 설비투자(CAPEX)가 집중될 모양새다. 특히 이 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5조원 정도의 설비투자가 예상되고 있어서 국내외 장비 업계의 낙수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얼마든지 라인을 증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도 결국 아이폰 때문이다. 연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5억대 정도이고 30% 가량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OLED로 소화할 수 있다.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가 7억4900만대, 이 가운데 플렉시블 OLED 비중은 약 30%(약 2억2400만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폴더블 OLED가 빨라야 내년 하반기, 2019년에나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플렉시블 OLED가 잘 나가는데 굳이 폴더블 OLED로 넘어갈 이유가 없어서다. 당연하지만 기술적인 난제도 풀어야 한다. 리지드(Rigid·평판) OLED 대중화에 10년이 걸렸고 플렉시블이나 라운드 OLED도 마찬가지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플렉시블 OLED는 2020년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 중 13%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벤더블, 커브드, 엣지 커브드 등 여러 형태의 플렉시블 OLED가 등장한 만큼 폼팩터 안정화와 전방산업과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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