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세미콘 창간기획]] ‘인 메모리 컴퓨팅’…AI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이제껏 겪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업계를 이끌어온 미세공정 전환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기술 접목이 절실하게 됐다. 남이 쥐어준 지도가 아닌 스스로 지도를 그리고 좌표를 잡아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 더불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변화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요구사항은 ‘대역폭’, ‘용량’, ‘지속성’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메모리와 같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인 반도체가 새롭게 진화하도록 이끌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일단 시장부터 살펴보면 IHS마킷 전망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규모는 553억달러(약 63조1500억원), 낸드플래시의 경우 485억달러(약 55조3800억원)를 기록해 1000억달러(약 114조2000억원)를 가뿐하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침체된 시장이 큰 폭으로 회복되리라는 전망이다.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2017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한 3860억달러(약 440조8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를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2017년과 2018년 전망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표면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당분간 호황이 지속되면서 꽃길만 걸을 것 같지만 속에서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국제반도체전자재료협회(SEMI)는 중국뿐 아니라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와 같은 해외 기업의 올해 중국 내 투자가 지난해보다 더 많이 집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많은 팹(Fab)이 지어지고 있는 의미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특히 3D 낸드플래시의 신규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서 2020년을 전후로 공급과잉 우려를 내비쳤다. IHS마킷과 가트너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적층’ 기술로 메모리 반도체 진화=현재 진행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철저한 선행투자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산업 전망에서 최우선 불확실성은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인한 성장 정체였다. 지금의 호황은 전방산업이 잘 풀려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후방산업의 제한적인 공급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이해해야 한다.
어차피 새로운 세트제품, 가령 스마트폰을 보조하거나 일정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발굴되기까지는 2년 혹은 3년을 주기로 롤러코스터를 타야 한다. 당분간 4차 산업혁명에 기댄 인프라스트럭처에 반도체 시장의 큰 흐름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도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된다.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구글은 당초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적절히 섞어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러다가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텐서플로우’에 최적화된 자체 칩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존 GPU+CPU와 비교했을 때 성능은 최대 30배, 전력소비효율은 최대 80배 정도 높아졌다는 구체적인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까지 내놨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새로운 기회다. 데이터 계산이 복잡해질수록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대역폭이고 두뇌에 해당하는 GPU나 CPU가 빨라질수록 메모리 반도체도 보조를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미세공정 전환이 어려운 상태다 ‘적층’을 통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이다. HBM은 D램을 실리콘관통전극(Through Silicon Via, TSV) 기술을 적용해 다이를 적층시켜 데이터 전송률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HBM2 기준으로 최대 데이터 전송속도가 256GB/sec에 달한다.
TSV 기술로 D램 칩을 적층하는 이유는 집적도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 병렬 데이터 처리 방식을 통한 성능 개선을 위해서다. 공정 미세화가 이뤄질 수록 D램의 셀 면적은 좁아진다. 커패시터가 들어설 자리가 적어진다는 의미다. 커패시터 용량이 줄어들면 데이터 보관 시간이 짧아지고 전력 누출량은 증가해 불량률이 높아진다.
업계 전문가는 “인텔조차 반도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경쟁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새로운 적층 기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전방산업과의 공조를 모색하는 방향이 기본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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