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등 트리플 악재…IT업계, ‘잔인한 봄’ 어떻게 넘기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미 FTA 재협상, 탄핵정국 이후의 정치일정 등 현안들이 한꺼번에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하나 하나가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한 사안들이다.
가뜩이나 장기 경기침체와 정국 불안으로 인해 기초체력이 약해져 있는 우리 IT업계가 중국, 미국, 국내 정국 불확실성 등 3가지 악재로 뒤덮힌 ‘잔인한 봄’을 슬기롭게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의 반발… 진화나선 정부 = 지난달 28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와 롯데그룹간의 부지 맞교환 협상이 완료된 후 중국의 반발이 노골화되고 있다.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중국 현지 롯데마트에 대한 불매운동,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의 강경 대응 주문이 어우러지면서 상황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일각에선 사드배치 지역에 타격하자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0~2012년, 중국과 일본간의 센카쿠 열도 분쟁이 격화될 당시 중국은 이같은 여론전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나소닉 등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고, 약 1년간 일본 여행은 사실상 금지됐었다. 사드 반발이 본격화된 지난주 코스피에선 롯데쇼핑,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호텔신라 등 관련 주가는 약 10% 정도 크게 하락하는 등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LG생활건강은 주당 80만원대가 깨졌고,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일 종가가 전일대비 12.67%, 호텔신라는 13.10% 각각 하락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반발은 당초 우리 정부가 예상했던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당초 정부는 사드 배치시 중국의 반발 우려와 관련, “사드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 미사일을 방어하기위한 체계일뿐”이라며 자위론에 방점을 둔 기조를 유지해왔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한 스탠스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너무 안이한 현실 인식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반발 수위를 확인한 이상 관심사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즉, 우리 정부가 과연 플랜 B를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 그리고 중국에 진출해있는 롯데 이외의 국내 주요 기업들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해졌다. 최근 중국 웨이보에 현대차가 벽돌 공격으로 부서진 사진이 공개됐지만 아직은 한국 기업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은 단계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는 여타 국내 기업들도 사드 영향권에 들어가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난해 중국은 특별한 이유없이 LG화학,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는 전기차 보조금지원을 위한 인증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며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사드 몽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기존처럼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간의 '강대강' 기조가 이어질 경우 여타 기업들도 중국 비즈니스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물론 중국 외교부는 롯데 이외의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대응을 자제하라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는 불공정한 통상압박을 금지하는 WTO(세계무역기구)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오는 6월 제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제2차 연차총회의 진행 상황이 주목된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는 우리 정부도 막대한 SOC(사회간접자본)투자 사업 참여 기회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왔는데 사드 사태로 인해 근본적인 상황 변화에 직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2차 총회에서 중국 당국의 사드 사태와 AIIB 연계 연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차 총회에선 57개 회원국에서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으론 정부는 일본처럼 중국과의 경제 및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시장을 찾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비교해 중국과의 경제협력 구조에서 상황이 엄연히 다른데다,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향후 4~5년간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수반돼야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현실성은 떨어진다.
또한 정부는 중국의 전방위 무역압박이 진행될 경우 WTO 제소 등 다양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WTO 제소는 사안에 따라 결론이 나는데 몇년씩 걸리기 때문이 이 역시 당장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인상, 한-미 FTA 재협상…대미 리스크도 확대 =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미 FTA재협상은 중국발 사드 후폭풍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리스크다. 사드 사태가 이해 당사자간 정치적 타협점이 마련되면 당장 해소되는 리스크라면, 미국발 리스크는 대응에 시간이 걸리는 전형적인 시장 리스크다.
현재 재닛 앨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장은 3월중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 경기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오는 16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선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에 크게 출렁거렸다. 지난 3일 마감된 원-달러 환율은 1156.1원으로 마감했다. 1130원대로 낮아지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문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연쇄적으로 국내 금융권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인 13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를 건드리게된다는 점에서 사안의 폭발력이 크다. 물론 부동산 등 실물시장에도 악영향이다.
'한-미 FTA 재협상'도 우리 경제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미 FTA 재협상이 강행되면 우리쪽이 추가로 얻을 것은 없고 피해를 얼마만큼 최소화시킬지가 현실적인 고민이다.
한-미 FTA 재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대선 후보시절부터 거론했던 이슈로,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7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의 재협상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USTR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대한 상품 무역수지 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미국인들이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FTA 재협상을 하게될 경우, 대미 교역상품중 교역의 이익이 큰 품목이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IT및 관련 부품, 자동차 등 주요 대미 교역상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1월 ICT수출 동향에 따르면,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CT품목의 미국 수출 금액은 12.1억 달러로 전년 같은기간대비 3.3%가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과의 FTA 재협상이 구체화됐을 경우, 재협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예측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탄핵 정국 종료, 정책-시장 짙은 관망세= 국내 정치 현안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어쩔 수 없이 정책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탄핵정국이 완료되는 3월 중순 이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때 헌법재판소가 오는 10일쯤 대통령 탄핵심판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탄핵 인용, 기각, 각하 세가지중 하나의 결론이 나게되는데 어떤 결과든간에 최소한의 후폭퐁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불발로, 그동안 특검에선 다뤄지지 않았던 삼성그룹 이외의 대기업 수사는 다시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조만간 현대차, SK, 롯데 등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이뤄질 것인지 여부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탄핵 인용이 됐을 경우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돌입한다. 탄핵 인용시 60일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인수위원회없이 곧바로 차기 정부가 국정을 이어받게된다.
대선기간 동안 주요 입법이나 정책 현안이 다뤄지기는 힘들다. 현실적으로 올해 상반기중 정상적인 국회 입법활동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은산분리법의 완화' 개정안 등 IT산업과 관련한 핵심 현안들도 자칫 올해 하반기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물론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조각과 인선, 여기에 국정 방향을 새롭게 설정돼야하는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시장의 관망세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방향성없이 지속되는 이같은 상황 자체를 악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전개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었고, 이미 지난 3개월간 지속된 탄핵 정국과정에서 시장이 충분히 예상했던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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