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변수에 IT업계도 긴장…중국 무역보복, 가능성 있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한-미 당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국내 배치를 결정하고, 조만간 후보지역을 결정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강도 높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과 함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등을 통해 사드 배치가 강행될 경우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대중 의존도가 계속 커지고 있는 국내 IT 업계로서도 최근의 상황전개는 매우 곤혼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이 군사적인 움직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 대한 다양한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면서 압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조만간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제재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위한 방어차원이며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중국측이 이에 동의할지는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
◆중국, 무역보복 가시화되나 = 앞서 지난 2월, 북한이 대륙간 미사일 추진제 발사(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 시험 때 사드 배치 논의가 구체적인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은 강경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후 공교롭게도 지난 6월,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인증과 관련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이 탈락했다. 관련 업체들은 “서류상의 미비 등이 원인일뿐 기술력 등에서 전혀 문제될 것 없다. 재신청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일각에선 "국내 업체들이 이같은 불이익을 받는 원인이 한-미간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둔 중국측의 경고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로선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무역보복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무역보복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단은 전기차 배터리 인증 탈락의 사례처럼 인·허가를 무기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특히 전자전기 등 IT 제품의 경우 인증, 인허가의 요소가 많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한 '반한(反韓) 감정'과 같은 불매 운동으로 번질 경우, 자동차, 스마트폰, TV 등 한국산 주력 제품에 대한 고전이 예상될 수 있다. 한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미국, EU, 중국 중에서 현재 중국의 비중이 가장 크고, 점점 더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수출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3%에 달한다.수입 비중은 20.6%이다. 지난해 대 중국 무역흑자 규모는 451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흑자의 42.6%를 차지한다. 경제 분야에 후폭풍이 미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중국, 정치와 경제 문제는 분리할 것,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 반면,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며 우리와는 FTA까지 체결했기때문에 무역보복의 수단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드 배치와 같은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를 들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인하 철폐 등 FTA 협정을 함부로 파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제 통상질서의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이 정치문제로 글로벌 국제통상협약을 무력화시키는 등의 시장의 신뢰를 깨뜨리는 액션을 취하지는 못할것이란 관측이다.
오는 2040년까지 세계 제조 1위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중국 제조(Made in China) 2020'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부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 궁극적으로 경제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중국'을 만드는 원대한 목표다.
중국의 입장에선 정치 문제를 과도하게 경제문제로 치환시킬 경우 오히려 경제분야에서의 중장기 플랜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계산도 할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이 환구시보 등 언론 매체를 동원해 간접적인 엄포는 놓고 있지만 당분간은 정치적인 사안과 경제적인 문제를 별개로 놓는 투트랙 전략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로 11일 개장된 국내 주식시장(코스피)는 이렇다할 동요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며 '사드발(發) 충격파'가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 변수들 즐비, IT업계 불확실성 고조 = 한편 올 연말 치러지는 미국 대선 또한 우리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대선 주가가 힐러리(민주당)와 트럼프(공화당)으로 정해진 가운데, 두 후보 모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데 방점이 찍히고 있다. 특히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의 경우 '한-미 FTA 재협상'을 포함한 기존 FTA 협상 파기와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둔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국내에선 이같은 '트럼프 발' 충격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아직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지만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되든 관계없이, 대선 캠페인 기간중에 두 후보 모두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한 공약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이 체결한 17개의 FTA 대상국 중 한국과의 무역수지가 가장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 FTA가 시작된 2011년 132억 달러, 2013년 207억 달러, 그리고 2015년에는 283억 달러로 한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트럼프 진영을 포함한 보수 진영에서는 TPP에 대한 반대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관련하여 TPP의 선행모델인 한-미 FTA를 주시하고 있고, 무역적자 심화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을 거치면서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IIT 부문에선 한국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 사용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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