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오는 21일 서울에선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KAIST)이사회가 개최된다. 이날 강성모 총장의 뒤를 이을 카이스트 차기 총장(16대)이 선출된다.
15명으로 구성된 카이스트 이사회(의장 이장무)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새 총장이 된다. 강 총장은 오는 22일 임기가 만료된다.
당초 카이스트 신임 총장은 1월 중순쯤 선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탄핵정국 등 어수선한 상황때문에 이사회 개최가 1개월 정도 늦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초,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1차 심사를 거쳐 신성철(물리학과. 사진 중앙), 경종민(전기 및 전자공학과, 사진 왼쪽), 이용훈(전기 및 전자공학과, 사진 오른쪽) 3명의 교수를 최종 총장후보로 선출했다.
이번 차기 총장 선출은 몇가지 이유때문에 카이스트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카이스트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개혁은 누가? = 먼저, 12년만의 카이스트 출신 교수들끼리의 경쟁이다. 로버트 러플린 총장부터 서남표 총장, 강성모 총장은 모두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들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개혁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극심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개혁에 방향성을 맞췄으나 카이스트 구성원들이 그 방법론에 모두 동의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점에서 개혁이 카이스트를 누구보다 잘아는 내부 출신들에 의해 주도되게 됐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물론 후보자 모두 내부 출신들이라서 개혁의 방향성까지 같을수는 없다. 세 후보 모두 차별화된 개혁을 주장한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카이스트 개혁의 방향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총장 선출이 이뤄질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사실상 가장 관심이 높은 대목이다.
◆"카이스트 개혁, 스스로 결정"... 정부 입김없는 총장 선출 여부에 주목 = 지난해 12월9일,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카이스트 안팎에선 정부의 낙점을 받은 인사가 아닌 카이스트 학생, 교수및 교직원 등 학교의 구성원을 대변할 인물이 차기 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카이스트 총학생회(학부, 대학원)가 지난 1월 중순, 세 후보를 대상으로 총장 모의투표까지 한 것은 이런 열망이 분출된 것으로 봐야한다. 당시 재학생 894명(학부생 651명, 대학원생 24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총장에게 주요 현안 정책들을 질의하고, 후보의 답변에 학생들이 공감하는 방식(채택율)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이용훈 교수가 55.3%(3368개 채택)로 1위, 경종민 교수가 24.5% (1484개 채택), 3위는 신성철 교수로 20.%(1241개)로 나타났다.
물론 모의투표의 순위 결과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개혁에 대한 갈증이다. 카이스트 내부의 경직된 소통 구조, 대학원생의 열악한 처우 등 그동안 감춰졌던 내부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모의투표 과정에서 분출됐다.
그동안 카이스트 이사회를 통한 총장 선출과정은 사실 투표에 의한 선거라기보다는 정부가 낙점 인사를 추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사가 총장 선출과정에 반영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카이스트 총장 '선거'라 표현하지 않고 굳이 '선출'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스트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 커진 상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카이스트를 관할하는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잡음이나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장 선출 과정을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세 후보, 장단점 차별화 = 한편 총장 선출이 임박하면서 세 후보의 장단점도 드러나고 있다. 먼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1, 2대)을 역임한 신성철 교수는 대외 활동및 커리어에서 두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3기(2015.11~2016.11)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신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문(장충초)이며 영남대 이사를 지냈다. DGIST 소재지가 대구 달성군인데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지역 언론들로부터 카이스트 총장 선거에 출마하기위해 DGIST 총장직을 사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경종민 교수는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로부터 45%의 득표율을 얻어 총장 후보로 나섰다. 주로 50대 중후반의 시니어 그룹 교수들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장을 맡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서남표 총장 시절, 서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강성 이미지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용훈 교수는 혁신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당초 경쟁자인 신성철, 경종민 교수에 비해 대외 지명도가 낮았다. 서울고, 서울대(전기공학과) 학, 석사출신이다. 경기고-서울대(학사)-카이스트(석사)로 이어지는 카이스트내 '성골' 라인도 아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교수는 교수협의회에서 소장파 교수들의 지지로 4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총장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고, 최근 총학 모의투표 결과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아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현재 카이스트 차기 총장 선출과 관련한 세 후보간의 우열은 가늠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정치적 변혁기와 맞물려 정부의 입장도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미래부측도 '카이스트 이사회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오는 21일, 카이스트의 혁신을 바라는 구성원들의 결과가 원하는 방향으로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