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겨냥한 ICT 정부조직 모습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부조직개편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의 과학과 ICT의 결합을 분리하는 것부터, 미디어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방안, 지금까지 없었던 중소기업부 신설 등의 주장도 나왔다.
13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한 ‘ICT·방송통신 관련 정부조직개편 방향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현행 조직체계의 유지 주장부터 보수정권 이전으로의 회귀, 새로운 방향의 다양한 조직개편 방안이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ICT 전략연구실 실장은 현재 미래부처럼 과학과 ICT의 동거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과학과 ICT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혁신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4차산업혁명에서 나타나는 기술혁신 트렌드를 감안할 때 과학과 ICT가 같이 가는 조직체계가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방향은 과학기술과 ICT 기반의 혁신을 통해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미래부는 현재의 조직체계에 문화부 등의 디지털콘텐츠 업무 흡수를 희망하고 있다. 미래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KISDI가 미래부가 그리는 그림에 반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심영섭 한국외국어대 미디어대 교수는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보았다. 심 교수는 ▲미디어위원회 신설 ▲문화ICT부 신설 및 방통위 기능조정 ▲방통위 역할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의 정부조직이 미디어의 공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미디어위원회는 방통위와 방심위를 통합하고 미래부의 정보통신정책실과 방송진흥정책국, 문화부의 미디어정책관실의 미디어정책과 및 방송영상광고과 등을 통합한 모습이다. 다만 ICT 진흥 업무는 미래부와 문화부의 콘텐츠진흥업무를 통합해 별도의 부서로 개편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다른 방안으로은 문화디지털ICT부를 신설해 진흥 업무를 맡기고 방통위는 방송의 인허가와 규제, 심의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 중 공영방송 규제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개편할 것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방통위를 미디어위원회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하고 미래부를 과학기술부로 재편해 디지털ICT정책과 과학기술정책, 통신주파수 업무등을 맡기자는 것이다.
심 교수는 "정부조직개편 논의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포용과 개방, 통합과 전문성, 공익과 공공성의 원칙"이라며 "징벌적 조직개편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상징적 동조와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콘트롤'이 아닌 '코디네이션'을 강조했다. 다른 나라의 ICT 정부조직은 우리와는 달리 정권교체 때마다 변화하지 않는다. 수시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보다 코디네이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하드웨어와 네트워크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ICT와 네트워크의 발전이 다른 분야의 질적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ICT 발전지수는 꾸준히 1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민주화지수, 삶의 질 지표, 세계언론자유지수는 오히려 순위가 떨어지는 추세다.
그는 "정부조직개편은 미래를 대비하고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조직만 바꾼다고 일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혼란, 적응기 등을 고려해 조직개편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패널들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과학과 ICT, 공공성과 산업성의 분리를 주장했다. 다만, 윤 교수는 조직 자체의 문제보다는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윤 교수는 "분산되면 다음은 통합, 통합되면 다음은 분산되는 형태를 지향하게 된다"며 "정부와 정책이 신뢰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어느것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현재의 ICT 산업으로부터 공급과 수요가 혼재된 거버넌스 체계로 개편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구체적으로는 방통위의 기능확대를 지목했다.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과기특위위원장은 지난 보수정권 10년의 대부처주의를 실패로 규정했다. 전문기능을 멱확하게 수행하는 전담부처로 나누는 것이 옳은 것으로 보았다. 연구개발(R&D)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지원은 중소기업부, 에너지와 자원은 에너지부, 주력 산업과 통상은 산업통상부에 맡기자는 것이다. ICT와 방송통신은 심영섭 교수가 제시한 2안 형태인 문화디지털ICT부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신 위원장은 "문화디지털ICT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치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 구체적인 기능과 업무를 중심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규정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능정보사회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를 진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10년간의 조직개편이 무분별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했다. 민간 조직인 방송위가 방통위에 흡수되고 그 인력이 다시 미래부에와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하는 형태로는 공무원 사회 발전이 없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시절 이뤄진 대표적인 위인설관"이라며 "현 정부에서 미래부 발족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과오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부처간 심각한 업무중복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교수는 방송통신융합의 올바른 이해와 수평적 규제체계 실현, 정보통신영역에서의 정치적 방송위원회신설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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