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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과 IT부서의 간극 좁혀라”… 금융권 내부의 민감한 고민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디지털금융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금융사들이 현업과 IT를 이어줄 ‘비즈니스 인에이블러’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 비대면채널 전략이 금융권에서 강화되면서 IT에 대한 현업 임직원들의 이해도 향상도 디지털금융 시대에 대응하기위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회사내 마케팅 부서에서 IT부서에 데이터 분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받아오던 구조에서 이제는 마케팅 부서 담당자가 직접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IT부서가 담당했던 업무를 직접 현업부서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IT부서의 역할 축소'로 보기보다는 '현업 부서의 역할 확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IT부서 주도의 IT예산 반영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IT예산의 대부분을 유지보수에 투입하고 나머지를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금융권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신규 IT사업에서 현업이 요구하는 사업의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즉, IT사업의 결정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현업'이라는 것이다.

◆"금융사 IT투자 의사결정, 현업의 입장 중요" = 이같은 현업 중시의 IT투자 결정 흐름은 스마트금융이 강조되면서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은행권의 경우, 미래금융(채널)부로 통칭되는 디지털 뱅킹 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부서에서 요청되는 IT사업은 은행의 수익과 평판과도 직결되는 만큼 예산 배정사안에서 우선으로 집행되는 편이다.

이렇다보니 최근 국내 IT업계의 마케팅 전략에도 미묘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마케팅 접점을 금융사내 IT부서 일변도에서 탈피해 일반 현업부서 임원들과 CEO 또는 CFO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권에서는 '업무 성과' 중심의 트렌드가 더욱 강조되면서 이같은 현업 주도의 의사결정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테라데이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현업과의 소통을 늘리는데 주력했다”며 “특히 데이터 관련 신규사업은 현업에서 제안돼 실제 사업으로 반영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상황 전개가 그렇다하더라도 IT업체들은 국내 금융사의 일반 현업 임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땅한 전략을 아직까지는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T업체가 제시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현업의 관점과 IT부서장(CIO)의 관점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사안에 따라 금융사 내부 부서간의 입장이 민감해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보이지않는 내부의 갈등이나 알력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업+IT 부서'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 금융권 숙제로 = 물론 발주가 현업에서 추진되더라도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IT부서다.

또 몇몇 대형 금융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융사들은 아직도 현업에서 개발요건을 만들고 IT부서에서 이를 수행하는 구조가 아직은 일반화된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현업과 IT부서 어느 한쪽이 IT투자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한 시중은행 스마트금융부서 관계자는 “현업에서 원하는 사업 흐름도를 작성하고 개발에 나서야 하는 것이 전통적인 프로세스이지만 지금도 대부분이 개발요건을 완벽하게 정의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세대시스템이 한참 활발하게 전개되던 2000년대 중반, 국내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권에선 현업과 IT부서간의 소통을 위한 조직을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두 조직간의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RA조직을 운영해오기도 했다. RA조직은 IT부서 출신으로 지점 등 업무를 경험한 인력들로 구성됐다. IT와 현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현업과 IT부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성과는 금융사별로 차이가 크게 난다. 제도보다는 제도 운용의 묘를 어떻게 잘 살리느냐에 달려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디지털금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현업과 IT부서의 유기적인 연계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이 됐고, 이제 이 역할을 책임질 조직의 역량이 중요해졌다는게 금융IT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디지털 금융에 대한 금융사들의 요구사안이 높아지고 있고 O2O등 신규 서비스의 금융권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대응을 위한 금융사 내부 조직의 디지털라이제이션도 이제는 시동을 걸어야 할 때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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