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배터리’…갤노트7이 남긴 기술의 한계
지난해 발화로 인해 리콜 등의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논란이 배터리 결함으로 일단락됐다. 기기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론은 첫 품질 분석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9월 2일과 차이가 없다.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사진>은 “배터리 셀 제조 공정상의 미세한 문제가 있어서 발견하는데 어려웠다”며 “개발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고 특정 배터리 회사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것은 저의(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해를 넘겨 23일 진행된 갤럭시노트7 소손(燒損·불에 타 부서짐) 원인 발표에서도 기본적인 맥락은 같았다. 특정 배터리 업체는 언급되지 않았고 법적 책임도 묻지 않기로 했다. 참고로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는 삼성SDI, 중국 ATL(Amperex Technology Limited)이 담당했다. 어셈블리(조립) 작업은 아이티엠(ITM)반도체였으며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은 ‘일본→중국→베트남→국내(구미)’ 흐름으로 보면 된다. 어셈블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완제품을 납품했던 ATL은 이 공급망과 관련이 없다.
삼성전자가 밝힌 배터리 결함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A배터리, 삼성SDI)는 ①젤리롤(배터리 소재를 돌돌말은 내용물) 오른쪽 상단의 음극(-)판 눌림 현상 ②음극의 끝단이 곡면부분까지 넘어온 현상이다. 두 번째(B배터리, ATL)는 ①양극(+, -)탭 내의 비정상적인 융착 부분(이음매)의 돌기 ②일부 배터리의 절연테이프 미부착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배터리 결함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안전은 물론 과학기술 분석 및 검정과 인증기관인 UL, 엑스포넌트(Exponent), TÜV라인란드가 독립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UL과 엑스포넌트는 배터리 자체의 정밀 진단을, TÜV라인란드의 경우 갤럭시노트7의 제조 공정은 물론 물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폈다. 세 업체 모두 배터리 결함을 지목했으나 기기 자체(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포장이나 배송에서는 위험요소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전방위 안전대책으로 배터리 문제 ‘발본색원’=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갤럭시노트7의 소손 원인이 배터리라고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은 후속대책에 모아졌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4개월 동안 700여명의 전문 인력, 20만대 이상의 제품, 3만대 이상의 배터리가 동원되는 등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검증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배터리 업체도 찾아낼 수 없었던 불량(음극판 눌림, 절연테이프 미부착 등)이 발견되면서 전반적인 스마트폰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대규모 조사를 통해 기술적인 한계가 드러났다는 의미다. 가령 에너지밀도(용량)와 분리막에 대한 상관관계, 융착돌기의 비율과 같은 부분을 세트업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에 대비해 삼성전자는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와 같은 프로세스 차원에서의 대응, 핵심 부품에 대한 설계와 검증 및 공정관리 등을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과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전문성을 확대하는 전방위 안전대책이 나왔다. 물적, 인적 구성과 흐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겠다는 것. 그러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안정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어 업계에 공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동진 사장은 “다중안전장치와 검층 프로세스를 표준 단체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도 배터리 안정성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개발 ▲제조·기술 ▲품질·검증 등 3개 분과에 임직원 100여명을 투입하고 전 부문에 안전성 관련 약 15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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