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결산/인터넷] ‘구글’ 그림자 드리운 한해, AI 기술 경쟁 서막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16년은 국내 인터넷 산업계에 ‘구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시기였다. 알파고와 지도 반출 등 구글이 대형 이슈를 여럿 만들어냈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맞아 4대1 압승을 거두면서 인터넷 뿐 아니라 전 산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일반 대중들도 AI에 관심을 두게 됐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알파고의 등장은 ‘AI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구글의 정밀지도(1대5000 축적) 데이터 반출 신청도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구글은 정부와 위성사진 블러(흐리게) 처리 등의 타협 없이 국외 반출을 원했고 공간정보 산업계의 반대와 함께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결국 정부협의체는 지도 반출을 불허했다. 지도 반출 논의 과정에서 구글의 조세회피, 거짓말 논란 등이 함께 불거졌다.
국내 인터넷산업 역사에 길이 남을 쾌거도 있었다. 지난 7월 네이버 자회사 라인(LINE)이 미국과 일본에 동시 상장했다.
라인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해외 법인이 독립적인 사업 역량을 갖추고 이를 인정받아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첫 사례이자 글로벌 주요 증시 2곳에 동시에 입성하는 것도 국내 기업 중 처음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알파고 쇼크’ 대한민국을 뒤흔들다=‘알파고 쇼크’였다. 지난 3월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바둑만큼은 AI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완전한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 대전에 앞서 5대0이나 4대1로 자신이 완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알파고의 기력을 얕봤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전 AI 프로그램은 프로기사와 맞붙기에 역량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9단은 세계 최고 기사 중 한명이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는 강화학습 기반의 AI 프로그램이다. 자가학습이 가능하다. 기보만 입력해주면 스스로 훈련하고 기력을 높일 수 있다. 기력을 높이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9단과 붙기 전에 이미 수백만회 대국을 치른 상태였다.
알파고는 생각하는 방법도 인간과 유사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하는 이전의 AI 프로그램과는 달리 한 차례 거른 뒤 탐색범위를 줄이고 가공할 속도로 이길 확률을 따진 뒤 착수했다. 인간은 20수를 내다보고 바둑을 둔다지만 알파고는 착수 때마다 대국의 마지막 수까지 계산이 가능하다. 이 9단이 한판이라도 이긴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알고리즘에 허점이 있어서다. 고품질의 기보 데이터가 많아지고 알고리즘이 개선되면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음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알파고 쇼크 이후 국내에서 AI 기술이 크게 조명 받았다. 알파고가 자극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주도 중인 스피커를 통한 이른바 ‘AI 비서’ 생태계에 통신사 뿐 아니라 네이버도 진출을 선언했다. AI 기술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
◆지도 데이터가 뭐기에…논란 끝에 반출 불허=구글이 알파고에 이어 정밀지도 반출 신청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구글은 위성사진 블러 처리 등 타협 없이 이른바 ‘구글 스탠다드’를 내세웠고 논란 끝에 결국 정부협의체가 반출 불허를 결정한다.
구글이 수차례 지도 데이터 반출 실패를 겪고서도 재차 신청한 것은 그만큼 ‘공간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도 데이터는 온·오프라인의 생태계가 연결되는 O2O 시대의 핵심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도 데이터 위에 위치 등 이용자들의 정보가 쌓이고 구글은 이 정보를 광고사업 등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구글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지도 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주변적 얘기다.
구글의 지도 반출로 현행법의 맹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행법엔 지도 국외 반출 시 데이터 사후관리에 대한 규정이 없다. 정밀지도 데이터라도 국외 반출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가 개선된다면 오히려 반출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지만 현행법 체제에선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라인, 미국·일본서 동시 상장=지난 7월,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국내 IT기업 처음으로 세계 주요 증시 두 곳에 이름을 올리면서 라인은 물론 모회사 네이버를 보는 눈길도 달라졌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라인 상장일 당시에 “일본은 가장 매출이 많이 나는 곳에 상장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더 해외 쪽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뉴욕에 상장돼 있다는 것이 해외 기업의 M&A(인수합병)나 주식 스와핑(교환)을 해야 할 때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동시 상장 이유를 밝혔다.
이 의장은 상장 조달금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인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동시에 공격적인 기술 투자와 신시장 개척도 예고했다. 이후 이 의장은 유럽 투자 펀드 코렐리아 캐피탈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기술 발굴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강하게 갖고 있는 시장에서 사업여지가 많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미국이나 유럽 등 시장을 확장하고 싶은 곳들에 나가기 위해 좀 더 새로운 전략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생활 속 AI…기술 경쟁 본격화=최근 IT기업들의 기술 경쟁은 ‘AI’가 핵심이 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 아마존 등이 선보인 스마트홈 서비스다. 이른바 ‘AI 비서’다. AI 비서는 사물인터넷(IoT)과도 연결된다. 음성으로 집안 기기를 제어하거나 정보검색은 물론 상거래까지도 가능해진다.
내년엔 AI를 일상 속 서비스에 녹여내려는 기술 트렌드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적극적이다. 최근 ▲인공지능 대화시스템 ‘아미카(AMICA)’ ▲로보틱스 ▲자율주행 ▲음성합성 등 다양한 AI 기반 기술을 공개했다.
네이버는 AI 기술과 관련해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생활환경지능이라는 말로 사용자의 상황, 사용자 자체를 잘 인지해서 사용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적소에 제공한다는 뜻이다. IT기업들의 기술 경쟁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나 구글 등 인터넷 업체들은 ‘번역’ 서비스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공신경망 번역(NMT)’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생활 속에 이미 AI가 스며든 셈이다. NMT가 적용되면서 구(Phrase) 단위가 아닌 문장 전체를 인식해 이용자 입장에서 이전보다 자연스러운 번역 결과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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