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결산/전자부품] 전후방 산업 사이클 변화…공급망 생태계 재편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올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반기까지는 주요 제품이 계속된 하락세가 이어졌으나 직후부터는 완전히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2년,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한 디스플레이의 호황은 적어도 1년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호황의 특징은 성숙된 산업에서 공급망 생태계에 변화가 불었다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치킨게임이 끝난 상황에서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강과 마이크론, 인텔, 도시바,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 등이 뒤를 추격하고 있으나 부족한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과거처럼 무리한 가격 경쟁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일부 LCD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후방업체가 상당한 이득을 봤다. 내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7세대 일부 라인을 정리하는 물량을 감안했을 때 공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는 LCD 시황이 나쁘지 않겠지만 이후에는 세트업체가 마진 압박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업을 펼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로의 전환이 큰 성과다. 이미 같은 화면크기의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보다 저렴하게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고 차별화된 사양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OLED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주요 전방산업은 PC가 지속된 침체, TV도 2년 연속으로 쓴맛을 봤다. 스마트폰 성장세도 예전에 비하면 완연하게 둔화됐다. 다만 사물인터넷(IoT)과 성장시장에서의 수요로 인해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후방산업도 그렇지만 몇 년을 주기로 하락과 상승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지만 기술발전과 이전과 달라진 소비자의 성향으로 인해 특별한 침체/호황주기를 단정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4차 산업혁명 트렌드다.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의 강자이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는 아직 병아리다. 사실 이 분야는 기술적 완성도도 까다롭지만 고유의 생태계 카르텔이 워낙 견고하다. 티어1(1차 협력사)부터 말단 협력사까지 거미줄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와 유통망이 구성되어 있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센서를 비롯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서 하만의 입김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하만을 사들인 이유는 기존의 유통망 확보와 함께 강세인 인포테인먼트와 함께 ‘서브시스템→소프트웨어→인프라스트럭처→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의 NXP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견고한 카르텔을 갖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업계의 ‘손쉬운 진입’을 염두에 뒀다고 보면 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 가운데 연평균성장률(CAGR)이 10%에 육박하는 자동차 반도체에 퀄컴이 눈을 돌리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두 업체가 가지고 있는 설계자산(IP)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봄직하다.
업계에서는 전방과 후방산업에 관계없이 이전과 달라진 사이클에 따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처럼 내수가 충분한 이른바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인한 타격을 실감하고 있어서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기술력과 제품이 아니라면 상당부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종잡을 수 없는 시장 분위기, 설비투자의 폭, 불확실성의 증가 등은 전후방산업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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