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5부-의료] '의료 클라우드', 과연 성역을 뚫을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지난해 8월 ‘전자의무기록의 관리·보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에 관한 기준’ 고시를 발표했다. 그동안 병원은 환자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전자의무기록을 내부에만 저장하도록 통제해왔다.
하지만 보안·관리 인력이 적은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오히려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키운다는 지적에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즉, 의료기관 내부 자산 형태로만 허용되던 의료 IT시스템도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실제 의료기관들은 이번 고시에 따라 의료정보 관련 데이터(백업) 센터, 웹호스팅, 클라우드 서비스 등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IT서비스 업체에 전자의무기록 등의 운영을 맡길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를 통해 정보관리 및 보안이 취약한 중소병원·의원은 전문적인 시스템 및 데이터 보관, 관리업체 등을 통해 향상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백업저장장비나 네트워크·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보안 장비 등 의료기관이 갖춰야 하는 시설과 장비, 보관 시 조치 사항 등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무중단 백업 및 복구가 가능해야 하고, 침입탐지시스템 등 보안솔루션은 CC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출입통제구역과 CCTV 설치 운영도 필수적이다.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및 백업장비의 물리적 위치는 국내로 한정했다. 물리적 혹은 그에 준하는(논리적 포함) 둘 이상의 회선을 분리해 이중화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체적인 의료 IT 인프라 구축 및 관리가 어려운 1, 2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도입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의료기관은 크게 내과나 소아과, 치과, 한의원 등 소형 의원 등 1차 진료기관(2만8800개)과 척추, 산부인과 등 300병상 이하 일반병원과 요양병원 등 2차 진료기관(2550개), 차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이나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과 같은 대학병원 등 3차 진료기관(324개)로 구분된다.
3차 진료기관의 경우 대규모의 내부 IT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 2차 진료기관은 현재 전반적으로 IT관리가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도입시 품질향상 및 비용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즉, 병원정보시스템(HIS)이나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MRI나 CT 등을 저장) 등의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KT 클라우드 담당자는 “다만 이들 병원은 운영인력이 부족한 만큼, 개별 병원 단위 도입보다는 의료정보 전문 솔루션 개발업체 등을 통한 통합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격이나 규모가 비슷한 중소형 병원이 공통 구축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중 일부는 백업이나 재해복구(DR) 개념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유전체 분석이나 개인건강기록데이터(PHR), 인공지능(AI) 기반 진료 등 최신 의료 트렌드도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 전략회의 개최에서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선정된 ‘정밀의료’가 대표적이다. 정밀의료는 유전체 정보, 진료·임상정보, 생활습관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 환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진료의 정확도와 치료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개인의 진료정보, 유전정보와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 관련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낮춘 최적의 맞춤형 정밀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민 10만명의 진료정보, 생활습관 정보, 유전정보를 수집‧축적하고, 제약기업 등이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자원 연계·활용 시스템 구축하고 ▲3대 암(폐암, 위암, 대장암) 환자 1만명 유전체 정보 확보 및 진단·치료법 개발, ▲만성질환 건강관리 서비스 및 인공지능(AI) 기반 진단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준비 중이다.
특히 ‘정밀의료 특별법’을 제정해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올해 말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검사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유전정보분석은 정밀의료의 핵심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 마치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혈액검사처럼 유전자 검사법도 일반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자원부 등은 다양한 의료분야 클라우드 선도사업을 진행하거나 진행할 계획에 있다. 복지부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병원과 병원 간 환자진료를 공유하는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며, 미래부와 산자부는 PHR 개념의 병원과 환자 간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을 추진한다. 환자처방정보나 환자진료기록정보 등을 병원을 옮길 때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 2차 병원에서 3차 상위 병원 혹은 다른 병원으로 옮길때 현재는 필요한 서류 등을 떼어서 제출해야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료정보시스템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되면 번거로운 일이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은 KT의 경우,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범구축대상을 발굴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클라우드 기반 중소형병원 PACS이나 한의원 PC 의료정보백업서비스, 병원 유전체분석(게놈클라우드) 등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또 산자부의 PHR 기반 개인건강관리서비스시범사업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오픈하는 한 지방신축병원은 전체 시스템을 클라우드에서 개발할 계획”이라며 “홈페이지나 대외서비스 영역은 일반적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진료·EMR, CRM, 원무, ERP 등의 시스템은 클라우드 내 별도의 프라이빗 존에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전용회선을 통해 카드사(카드승인내역)나 심사평가원(약물이상반응정보),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자격정보), 중앙응급의료센터(응급실 환자·병상정보), 협력병원(진료의뢰·진료결과회송), 질병관리본부(법정감염병 환자정보·신고서) 등 타 기관과의 실시간 정보교류가 이뤄진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특히 동네의원 등 3차 진료기관은 일반 직원 PC에서 환자의 의료정보가 무분별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랜섬웨어 등 보안위협에 따라 데이터 손실 우려가 큰 만큼 클라우드 서비스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병원의 경우도 의외로 외국인들의 의료관광 수요로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술을 받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외국인 환자의 사후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클라우드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격 진료도 가능한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클라우드 기반 AI가 병원 진료에 적용된 사례도 있다. 이미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해 12월 초부터 IBM의 인지컴퓨팅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해 실제 암 환자 진료에 들어갔다. 길병원은 이날 왓슨이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 항암제 투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첫 진료를 진행했다. 이는 전문 의료진의 판단, 환자 정보를 분석한 왓슨이 내린 진단을 종합 검토해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부산대학교 병원도 최근 ‘왓슨 포 온콜로지’와 정밀의료를 위한 ‘왓슨 포 지노믹스’를 도입했다. 정밀 의료는 유전체 정보, 진료 및 임상 정보 뿐 아니라 환자의 생활습관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 환자 개별 특성에 맞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다. 이는 모두 IBM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통해 부산대학교병원에 제공된다. 다만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는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보관하며, 특정 개인을 직접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왓슨에 제공되지 않는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대형 병원의 경우 이미 가상화솔루션 등을 도입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태로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라며 “굳이 민간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기기보다는 HIS에 약간의 컨피규레이션을 통해 산하 의료원 등에서 쓰게 하거나, 대형병원이 개발한 우수 솔루션을 중소병원이 쓸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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