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S리포트/3부-공공②] 클라우드 쓰면 ‘가산점' 준다는 정부…공공기관의 속마음

백지영

지난 4월 NIA에 설치된 공공 클라우드 지원센터
지난 4월 NIA에 설치된 공공 클라우드 지원센터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클라우드로 가긴 가야겠고, 그런데 어떻게 가야할지는 모르겠고 막상 비용을 알아보니 너무 비싸서 고민입니다.”

최근 만난 한 공기업 전산 담당자는 “클라우드 계획을 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시 가점을 준다고 해서 다들 관심이 많다”며 “‘당근’을 얻기 위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컨설팅도 받았는데 클라우드로의 이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공기업은 전산장비 노후화 등 시스템 교체 수요가 있어 클라우드 도입을 고민했다.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을 새로 교체하려니 비용 부담이 컸다. 게다가 이 전산 담당자는 IT 전공이 아니어서 관련 업무에 대한 지식이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로의 전환을 결심했다.

담당자는 NIA의 컨설팅 이후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 가운데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로 넘길 만한 업무를 추렸다.

그리고 최근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은 서비스 사업자에 가격을 알아봤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IT시스템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없었다. ‘비용부담’ 때문에 ‘클라우드’를 고려했는데 보안 옵션 등 부가서비스까지 구성해보니 전혀 싸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데이터의 전송 비용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오히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단순히 인프라를 임대해주는 IaaS 이외에 사업자들이 좀 더 포괄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공기관 담당자는 “현재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받은 업체가 한 곳 밖에 없어 선택의 폭이 적다”며 “또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내는 클라우드 서비스이지만, 많이 사용할수록 할인율이 큰데 우리는 작은 기관이라 왠지 바가지쓸 것 같아 쉽게 선택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자들에 서비스 가격을 문의하면 정확한 가격을 제시하기보다는 계속 협의를 하자는 식으로 나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KT 관계자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받은 이후, 오히려 도입을 연기한 경우도 많다”고 귀뜸했다. 공공기관은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은 기업의 서비스만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는 물리적인 공간 분리 및 이중화 제공, CC인증을 받은 가상화. 보안솔루션 도입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을 진행하는 브이텍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목적 중 가장 큰 이유는 운영효율성(56%)이다. 그 뒤로 경영평가(34%), 비용절감(31%), 인프라 개선(25%), 업무혁신(22%) 등의 순이다. 또 대부분 공공기관이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접근성이나 분석 역량이 부족하고, 클라우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 낮은 편이다.

특히 클라우드 초기 투자 비용(ROI)에 대한 불분명성과 시행 초기 단계에서의 예상치 못한 실패, 초기비용 발생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도입 이후 조직구조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담당 인력 및 예산 감소도 클라우드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이승택 브이텍 부사장은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을 위해선 기관 전체의 인식 변화와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라며 “각 단계별 철저한 분석 및 전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조직적, 정책적인 관점에서 도입 준비를 검토하고 현재 보유 중인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 등 환경을 분석, 추진방향성에 대한 면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 유형과 망분류, 소프트웨어 및 구조를 분석하고, 클라우드 구축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영체제(OS)와 웹,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와 같은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DBMS) 현황, 서버용도별 구분, 서버 내구연수 등을 파악한 이후에는 내부행정용 시스템인지 독립시스템 등과 같은 시스템 유형을 분석한다. 이후 민간 클라우드를 쓸 것인지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할 것인지 혹은 전환이 불가능한 시스템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클라우드 전환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사전에 파악해 위험요소를 최소화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르면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할 수 있는 업무 유형으로는 ▲대민서비스와 같이 이용량이 가변적인 시스템, ▲홈페이지 통합 구축, ▲백업 시스템 도입, ▲노후장비 교체, ▲재해복구(DR) 시템 구축, ▲스마트 협업, 빅데이터 분석 등과 같은 신규서비스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는 11개 공공 클라우드 선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 SW교육과 선거관리, 국가 학술정보, 평창올림픽 등 국가대형이벤트, 공공기관 스마트협업, 현법기관 자료 백업, 지자체 대민서비스, 온라인접수, 노후장비교체, 통합ERP, 국가R&D와 같은 사업이다,

예를 들어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기간에만 발생하는 대규모 자원 소요를 구매 없이 대응하는 내용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법재판소는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등 현법기관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백업시스템로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클라우드 기반 노후장비 전환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정책이나 기술발전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공공기관의 자체적인 인식변화 노력이 중요하다”며 “컨설팅, 시범도입, 기술내재화 등을 통해 클라우드에 대한 두려움에서 호감, 보편화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정희 한양대 교수(전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는 “기술 자체보다는 서비스수준협약(SLA) 개념으로 접근하고, 처음에는 사용하기 불편해도 한번 써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선 보조금 정책 등 지원을 강화해 생태계를 가꿔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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