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CD 생명연장의 꿈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절대다수는 액정표시장치, 그러니까 LCD가 주도하고 있다. LCD는 ‘Liquid Crystal Display’의 약어로 말 그대로 액정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방식을 말한다. 액정은 역사가 꽤 오래된(1854년) 고분자 유기화합물이다. 외부 조건에 따라 액체나 고체로 상태가 바뀌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 핵심으로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LCD는 패널 뒤에 늘 백라이트유닛(BLU)을 달아야 한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LCD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는 OLED가 가격적인 측면에서 더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플렉시블처럼 구부릴 수 있고 더 얇게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으니 세트 업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와 함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다투는 애플도 신제품에 적용한다고 하니 적어도 이 시장에서만큼은 OLED의 입지가 굳건한 셈.
TV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LG전자가 고독히 OLED TV를 이끌고 있는 상태로 수량이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아직까지 갈길이 멀다. 전망이 다소 엇갈리지만 삼성전자도 언젠가는 OLED TV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양자점(퀀텀닷, QD) 기술을 활용한 발광다이오드(LED), 이른바 QLED TV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결국 QLED도 LCD를 활용한 기술이다. 연구개발(R&D) 성과와 별개로 스마트폰과 달리 TV에서는 LCD가 더 오랫동안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전 세계 TV 시장의 흐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해 TV 시장은 2014년 이후 2년 연속 역성장이 확실시된다. 상반기 TV 판매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TV가 생각만큼 안 팔린다는 의미다. 마치 PC를 건너뛰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대신 60인치 이상 대형 TV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TCL과 협력해 11세대 LCD 공장을 짓지 않고 패널을 공급받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프리미엄 TV는 나쁘지 않다. 대형 LCD 패널을 가격경쟁력을 갖춰 생산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화질보다는 더 큰 화면의 TV를 원하는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던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좋던 싫던 LCD는 적어도 10년 동안은 주력 디스플레이의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LCD가 PDP를 누를 수 있던 원동력도 규모의 경제에서 앞선 것이 주효했다. 중소형 OLED도 가격이나 쓰임새에 있어서 LCD보다 나으니 스마트폰 시장을 휩쓰는 원동력이 됐다. TV에서는 브라운관(CRT)에서 평판TV로 넘어왔을 때만큼의 파급력은 당장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프로젝션TV가 그랬던 것처럼 저렴한 가격에 더 큰 화면크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물론 당시보다 훨씬 가볍고 두께가 얇으니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TV나 커브드와 같은 요소가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LCD의 생명연장을 돕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결국 싸고 화면크기가 큰 제품이 상대적으로 선호되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액정 자체는 오래된 기술이다. 디스플레이로 개발이 시작된 것이 1968년이니 조금만 더 있으면 반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는 셈이다. CRT는 100년을 넘게 버텼다. 기술의 수명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만큼은 LCD의 수명연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니 얼마나 더 R&D가 이뤄져 성능이 개선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시장을 바라보는 재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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