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손들어준 ‘회피 연아’ 대법 판결, 의미하는 바는?
- 네이버 “통신자료 제공 등 과거 업무 적법 확인…프라이버시 보호는 보다 강화”
- 오픈넷 “사업자에 면책 부여한 것은 아냐…국회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네이버가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고 이용자 신원정보를 제공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0일 대법원 민사4부는 차 모씨가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포털의 정보제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의 장면을 인터넷에 게시한 누리꾼들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면서 시작된다.
유 전 장관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당시 김연아 선수를 환영하면서 두 손으로 어깨를 두드렸고 이를 김 선수가 피하는 듯한 장면을 편집해 올린 사진이 발단이 됐다. 유 전 장관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이후 사건이 종결되나 이때 명예훼손 조사를 받은 차 모씨가 네이버에 위자료를 청구했다.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고 성명과 주민번호, 휴대폰번호 등의 정보를 넘긴 네이버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에서 차 모씨가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차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대법원에선 원고일부승소 원심을 깨고 네이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포털과 이동통신사를 포함한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시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받고 이에 대한 공익 여부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그렇다고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대해 개인정보를 그대로 넘겨주기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서비스 기본 철학과 상충하는데다 이용자들의 반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승소와 관계없이 서비스 전체 영역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철학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판결문을 확인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네이버는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대법원이 네이버의 통신자료제공과 관련한 과거 업무 수행이 적법한 절차와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사용자 권리 구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면책을 부여한 것으로 곡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통신자료 제공요청권자, 통신자료 제공요청서 등의 법정요건과 절차 위반이 있는 경우, 통신자료 제공요청서 자체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경우 등 위법성이 명백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시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또 오픈넷은 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던진 메시지로 “법원이 개입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입법적으로 해결하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 제공제도에 대해서 통신비밀보호법과 마찬가지의 수준으로 영장주의를 적용하고, 적법절차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신속하게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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