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슬픈 자화상 “우리 매각하게 해주세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CJ헬로비전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솔직히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책실패에 따른 케이블TV의 현실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정부가 인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이블TV방송사 하나방송의 이덕선 대표<사진>는 17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기업간 인수합병 조건'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방송산업의 미래성장, 케이블TV 업계가 처해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인수합병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표의 주장이 전체 케이블TV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공통되게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는 KT, LG유플러스, 한국방송협회 등과는 달리 수많은 사업자들로 구성된 케이블TV 업계는 공통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하지만 케이블TV가 위기이고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가 인수합병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토론회 이후 이 대표와 만나 케이블TV 업계가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어려움과 인수합병을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봤다.
하나방송 권역(마산 고성 통영 거제)은 CJ헬로비전과 겹친다. 권역내 하나방송 가입자는 10여만, CJ헬로비전의 경우 20만이 넘는다. 경쟁관계에 있는데다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으로 넘어갈 경우 경쟁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케이블TV 방송을 비롯한 전체 유료방송과 통신업계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인수합병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았다.
먼저 이 대표는 KT나 LG유플러스 등이 주장하는 독과점 폐해, 소비자선택권 침해, 요금인상, 지역채널 운영 등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아무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CJ그룹이 구축한 미디어 수직구조가 해체되기 때문에 독과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통신사, 위성방송, 경쟁케이블TV 등을 감안하면 소비자 선택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 설명이다. 그는 "합병해도 2위인데 요금을 올릴 수 있겠느냐. CJ E&M 콘텐츠 독점 문제나 권리보다는 의무가 더 강한 지역채널 운영 역시 문제소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어찌보면 케이블TV 몰락을 가속화할 수 있는 이번 인수합병에 이 대표는 찬성표를 던지는 것일까. 이 대표는 업계가 처해있는 현실을 이유로 꼽았다. 케이블TV의 구조조정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독자적으로 케이블TV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결합상품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바뀌거나 이번 인수합병과 같은 합종연횡 또는 같이 위기에 놓인 LG유플러스와의 협력 등이 아니면 케이블TV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위사업자의 포기선언은 결과적으로 케이블TV가 독자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케이블의 위기는 업계의 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정부의 방송에 대한 규제와 일관성 없는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이블TV는 전송 망관리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적자가 나고 파산하면 경제문제가 심각해진다. 통신사나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하기 쉽게 해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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