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발 수직계열화 해체…방송구조 변혁 시발점 되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으로 유료방송 수직계열 구조가 해체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하는 플랫폼, 수익원인 홈쇼핑은 유료방송의 전형적인 수직구조 모델이었다.
이 수직계열화 구조를 가장 잘 구축한 곳은 CJ그룹이다. CJ미디어 시절 온미디어를 인수하고 CJ E&M으로 사명을 바꾸었다. CJ E&M은 보도만 없을 뿐 콘텐츠 파급력은 지상파 방송사에 견주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CJ헬로비전도 업계 1위였다. CJ오쇼핑 까지 유료방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CJ그룹의 미디어 사업은 모두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수종합유선방송(SO)와 콘텐츠제공사업(PP)을 같이 운영하는 사업자를 MSP(Multiple SO & PP)라고 한다. 현대, 태광, 씨앤앰 등이 해당된다. 즉, 다른 주요 케이블TV 방송사들도 콘텐츠 사업과 플랫폼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현대와 태광 티브로드도 CJ와 마찬가지로 홈쇼핑이나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직계열을 가장 공고히 구축한 CJ그룹이 플랫폼인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함에 따라 향후 유료방송의 수직계열화 트랜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 유료방송 플랫폼이 케이블만 존재할 때는 좋은 채널을 받으려면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타 사업자와 협상에서 밀리지 않았고, IPTV라는 경쟁 플랫폼도 없었기 때문에 수익성도 괜찮았다. 플랫폼이 비즈니스로서 존재할 가치가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케이블, IPTV, 위성에 OTT(Over The Top)의 급부상하며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여기에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CJ E&M 콘텐츠를 배제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크다. 오히려 CJ 콘텐츠를 배제하는 순간, 그 플랫폼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결국, CJ그룹은 오랜 기간 적자,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자신감은 플랫폼이 없어도 된다는 결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케이블 플랫폼에 힘을 분산하기 보다는 콘텐츠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 라고 판단한 셈이다.
물론, 콘텐츠가 약한 사업자들은 오히려 플랫폼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 CJ그룹의 CJ헬로비전 매각추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생존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일 한국언론학회가 주관한 관련 세미나서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이종관 박사는 "미디어 산업은 수직계열화 특성이 있으며 특히 하류시장의 독과점화를 통해 경쟁적 상류시장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타 MSP의 경우 상류시장인 콘텐츠 부문의 경쟁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사실상 콘텐츠, 플랫폼의 수직적 분리구조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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