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3색,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시스템 구축 방향은?
금융 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IT업계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을 실체화할 IT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은 인터넷전문은행 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디지털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3개 컨소시엄의 시스템 구축 전략과 향후 은행권 시스템 구축 시장 영향을 알아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카오뱅크, K뱅크, I뱅크 등 3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이 향후 시스템 구축을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 컨소시엄이 비용절감에 초점을 두고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에 필요한 최저자본금 수준은 시중은행 대비 절반수준인 500억 원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실상 은행업이 허용하는 모든 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억원 내외의 비용이 전산시스템 구축에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500억원의 자본금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시스템 구축 비용이 투자되기는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SK와 LG CNS 등 IT서비스업체들은 인터넷전문은행만을 위한 코어뱅킹 솔루션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핵심 기능만 수용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용절감의 전제 조건으로 부상하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의 수용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은행에게 비용 절감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량에 따라 결제되므로 은행은 막대한 선행 자본을 집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새로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에 대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놔 표면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는데 제약은 없는 상황이다.
◆클라우드 지향 K뱅크=K뱅크 컨소시엄은 한차례 기자 설명회를 통해 클라우드를 접목한 은행 시스템 구축을 꾀하고 있음을 내비친바 있다. K뱅크 컨소시엄에는 중국 알리바바의 인터넷 은행인 ‘마이뱅크’에 솔루션을 공급한 뱅크웨어글로벌이 참여하고 있다.
이경조 뱅크웨어글로벌 대표는 “은행 차세대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최소 18~24개월이 걸리는데, 인터넷전문은행 코어뱅킹 솔루션을 활용해 6-9개월 내에 다양한 신상품 및 신규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K뱅크 코어뱅킹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뱅크웨어글로벌이 개발한 인터넷 전문은행 플랫폼은 클라우드에서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이 대표는 “이미 KT클라우드에서 플랫폼 운영 테스트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K뱅크의 16개 혁신적인 신사업 모델을 단계별로 구현할 수 있는 유연한 금융 통합 아키텍처를 설계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보면 K뱅크 컨소시엄은 이미 코어뱅킹 플랫폼을 확보하고 이를 운영할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다.
다만 우리은행이 2대주주로서 유동성 등 은행 운영에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해 운영인력을 놓고 컨소시엄 간 조율이 어디까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박기석 우리은행 부행장은 “(K뱅크 시스템이)우리금융 상암센터에서 위탁 운영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검증된 솔루션 도입 카카오뱅크=카카오뱅크는 외산 솔루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시스템 구축 플랫폼으로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례를 참고해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뱅킹 플랫폼을 들여오거나 클라우드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100% 디지털 은행으로 유명한 독일 피도르은행은 IT 자회사인 피도르텍스(Fidor TecS)가 개발한 모듈러 뱅킹 플랫폼(fidor OS)을 이용하고 있다. 피도르텍스는 피도르은행이 원하는 IT기술을 제공하는 한편 피도르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타 금융사에 IT기술을 판매하고 있다.
아직 오픈 전이지만 영국 아톰뱅크도 뱅킹, 결제, 프로세싱 전문 금융IT글로벌 업체인 ‘파이서브(Fiserv)’와 제휴해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톰은행은 파이서브와 시스템 운영 계약을 맺고 계좌당 약 9,000원의 사용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아톰은행은 이를 통해 고정비용을 30% 수준으로 낮추고 이를 대출이자 등에 반영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뱅크는 클라우드를 통한 전 시스템 아웃소싱을 통해 초기 도입 비용을 낮추는 한편 핀테크 서비스 등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이서브의 경우 이미 방콕은행 등 아시아 지역 은행에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측은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들어와서 바로 서비스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뱅킹 시스템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에 걸림돌로 제시됐던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해 글로벌 뱅킹 서비스 업체들이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어 해외 뱅킹 서비스의 클라우드 도입이 전혀 비현실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SK참여 가능성에 주목=I뱅크 컨소시엄은 다른 컨소시엄과 달리 주축 기업인 인터파크를 IT전문 기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인터파크가 전자상거래 업체이긴 하지만 KT와 다음카카오와는 다소 유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통신사인 SK텔레콤이 참여하고 있고 핀테크(옐로금융그룹), 결제(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포털(NHN엔터테인먼트), 솔루션(지엔텔, 한국전자인증, 세틀뱅크) 등 다양한 전문기업이 참여하고 있어 이들 컨소시엄 구성 기업들의 특징을 녹여 낼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KT가 주축이 된 K뱅크 컨소시엄과 유사한 형태의 시스템 구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사업형 지주사인 SK가 이미 인터넷 전문은행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할 것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SK의 인터넷전문은행 코어뱅킹을 사용할 경우 채널 별 시스템은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NHN엔터테인먼트, 지엔텔, 한국전자인증, 세틀뱅크의 협력을 통한 플랫폼 구성이 유력하다. SK가 인터넷 전문은행 플랫폼에 개방형으로 핀테크 업체들의 서비스를 융합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 구축이 현실화될 경우 이같은 컨소시엄 구성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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