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털 뉴스 논란, 누가 악마인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요즘 정부여당인 새누리당은 연일 네이버‧다음카카오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16일 포털 뉴스의 공정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포털 뉴스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포털이 ‘악마의 편집’을 통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기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사실상 포털을 ‘적(敵)’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포털 공격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선이나 총선, 정치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구석으로 몰고 갔다. 심지어 2007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진성호 전 의원은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을 봐야 한다”말까지 내뱉었다. 현 시점에서 보면 공략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실패했거나, 혹은 처음부터 공략을 못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포털이 공략하거나 평정해야할 대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은 정치권의 손바닥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린 셈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근거가 부족하고 조사 방법에 논란이 있는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포털 뉴스가 편향적이라고 몰아세우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처음부터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계속해서 포털 길들이기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포털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편향적으로 뉴스를 편집한다면 이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해당 포털을 외면하기 마련이다. 가급적 많은 사용자가 들어와야 하는 포털 입장에서 사업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다. 어느 한쪽만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슈퍼 갑, 공룡이라고 불리지만 온갖 독과점 이슈에 공신력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포털이 선택해야 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 오히려 문제다. 새누리당은 포털 뉴스가 편향적이라고 비난하지만, 도리어 포털에서 정부정책이나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감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해석을 내리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이 포털에게만 있다고 말할 수 없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네이버를 두고 혁신 기업이 되라고 호통을 쳤다.
한술 더 떠서 정부와 여당 일부 인사는 ‘포털 심의권 기구’ 설립에 대한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나누고 있다. 정부가 국가 정책을 평가받기 위한 것도 아니고 민간기업을 심의하겠다는 발상이 나오는 현실에서 어떤 기업이 혁신을 외칠 수 있을까.
잊을만하면 포털을 두고 칼을 겨누고 있는데 도대체 누가 악마란 말인가.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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