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진흥법’ 참담한 실패…중기 IT 수익성 하락, 공공SI 품질까지 악화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시장 진입을 제한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2013년부터 본격 시행된 이후 오히려 중견·중소 SW기업의 생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중견·중소 SW기업의 매출대비 공공IT 프로젝트 비중이 높을수록 도리어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발주처인 공공기관들은 중견·중소 SW기업의 사업 수행 역량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공공정보화 시장에 대기업은 인위적으로 제외시키고 중견, 중소 IT업체들끼리 활발한 경쟁을 통해 외형성장과 기술력 향상, 프로젝트 수행능력 제고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했던 개정안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국내 ICT 분야 최대 학술단체인 한국경영정보학회(회장 이호근 연세대 교수)는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 실효성 연구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한국경영정보학회는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하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국내 SW산업 생태계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 실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는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법 개정 이후 오히려 중견/중소기업 생산성 악화”=연구팀이 SW 생태계의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법 개정 이후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중견·중소 SW기업들의 생산성이 크게 낮아져, 애초 중소 SW업체 육성이라는 법 개정 취지의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중견기업(매출액 300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법 개정 이후 대기업 참여제한으로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매출액은 늘었으나 과잉 경쟁, 해외 제품에 대한 가격협상력 부족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에 비해 이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공공사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영업이익이나 기업 생산성 면에서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의 경우 매출에서 공공정보화 사업의 비중이 10% 증가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16.7%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정보화 시장에서의 이익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들만의 경쟁에서도 경쟁율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생산성 검증을 위해 지난 5년간(2010년 ~ 2014년) 공공기관이 발주한 정보화 프로젝트 데이터 1만7946여건과 나이스(NICE) 신용평가가 제공하는 기업 재무정보 데이터(2010~2014년)를 분석했다. 중견 SI기업의 경우 2014년 매출 300억원 초과, 매출대비 공공부문 계약액 10% 이상인 기업 22개사가 조사대상이 됐다.
◆“공공기관 IT사업 발주자들의 불만도 증가”…SI 품질도 악화= SW 생태계의 강건성 분석 결과, 공공정보화 사업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하도급 구조가 법 개정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 시스템 통합(SI)업체가 업무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업체를 구성하는데 반해, 중견 SI업체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업체를 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형 SI업체가 파트너 하청업체에 대한 교육 등 상생에 대한 노력이 있었던데 반해 중견 SI업체는 수익성의 악화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여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업의 참여가 배제되면서 공공IT 시스템 품질저하, 납기지연, 장애 등이 법 개정 이전보다 증가해 공공기관 발주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회창조성 측면에서도 공공정보화 부문의 신기술 도입이나 혁신 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책임을 맡았던 이호근 한국경영정보학회장은 “대기업 배제가 자연히 중소기업 성장과 육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SW산업진흥법이 개정됐다”며 “중견기업의 양적성장은 이뤄졌지만 수익성은 악화되고 중소업체에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고 하도급 구조는 오히려 나빠지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무차별적인 보호보다는 우수하고 전문화된 중소기업 육성이 필요하고 인위적인 규제보다는 시장 매커니즘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할당제와 인력공급업체와 프리랜서의 구조적 문제해결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공공 SI프로젝트 사업예산의 현실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 나온 검증 자료, 시행령 등에 영향 미칠지 변수=한편 이번 한국경영정보학회의 분석은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 이후 3년째 들어가는 시점에 처음으로 객관화된 수치로 제시된 성적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업계에선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꾸준히 제시됐지만 법안의 실효성 측면에서 체계적인 연구결과가 대외에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론적으로 이호근 한국경영정보학회장은 연구결과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SW생태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다만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대두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과정이라고 봐야 하고 대기업 참여제한으로 생태계가 나빠진 것인지 아니면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은 것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13일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번 발표가 제·개정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국내 SW(소프트웨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SW사업 하도급을 제한하되 전문기술 등 예외사항을 두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오는 12월 시행을 예정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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