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IT준비기간 12개월?…업계 “촉박하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시스템의 모든 기능을 일반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은 전산장비 위탁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완비하기 위해선 상당히 촉박한 일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인가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은행 업무를 영위할 경우 시스템 구축 업계에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스템 구축 시간을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전산장비에 대한 실사 등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관련 Q&A’를 공지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든 주요 사업자들의 관심사에 대한 궁금증 해소에 나섰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다소 모호했던 전산장비 구축에 대한 일정 언급이다. 본인가전까지 금융시스템의 모든 기능을 일반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금융감독원은 “본인가 심사시 실사를 거쳐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평가하게 되므로, 본인가 전까지 주요 기능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특히 금감원은 “신설 인가 후 6개월 이내에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원칙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은 예비인가 후 본인가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3년만의 첫 은행업 인가인 만큼 그 기간은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예비인가에서 본인가까지 6개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지만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확정적이진 않다”고 전했다.
문제는 예비인가 후 6개월, 그리고 본인가 후 6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면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간은 약 1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예비인가를 득한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 입장에서는 시스템 구성 설계서부터 개발, 그리고 금융당국의 실사까지 1년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는 사실상 무리한 일정이라는 평가다. 한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은행 신시스템은 통상 테스트와 운영에만 5개월 정도를 투자한다. 여기에 사전에 분석 및 설계 단계를 거치는데 여기서 나온 결과물이 향후 프로젝트의 성공을 좌우한다”며 “이러한 일정이라면 1개월만에 사전 분석 및 설계를 마치고 6개월 동안 시스템 구축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목표가 주어진다면 IT시스템 구현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일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을 금융당국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법감독규정 5조 12항에 신설인가 후 6개월 안에 영업이 어려울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나온다”며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영업개시 시점이 연장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구축에 걸리는 시간은 부족할 전망이다. 우선 예비인가 과정에선 시스템 구축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하는 컨소시엄 입장에선 시스템 구축 계획에 대해서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
설령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 구축에 대한 로드맵을 세워놓더라도 예비인가를 득하기 전까지 시스템 투자를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시기는 예비인가를 얻은 후 부터다.
한편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퍼블릭 클라우드 이용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현행법과 제도하에서 정보처리의 위탁은 폭넓게 허용할 예정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환경 이용은 전산장비 등 인프라 자원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전체 시스템 구축 일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IT업계의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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