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원금 상한제
-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폐지, 시기상조…제조사, 출고가 인하 우선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사상누각(沙上樓閣). 누구나 한 번 들어봤을 법한 사자성어다. 모래 위에 세운 집이라는 뜻. 주로 기초가 약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을 빗대어 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등 경기침체를 이유로 제조사가 단말기유통법 개정을 제안했다. 지원금 상한을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지원금을 자유롭게 쓰면 국내 휴대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또 지원금 상한제로 득을 본 것은 애플뿐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국내 회사는 손해, 외국 회사는 이익이라는 감성 자극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금 상한제를 법에 명기한 것은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기업 상품 가격을 정부가 정할 수는 없다. 지원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 제품 가격 자체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더구나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국내 가격을 해외보다 높게 설정한다는 의혹을 사왔다.
지원금 상한제로 재미를 본 곳이 애플이라는 분석은 달리 보면 국내 소비자는 애플의 가격만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단말기유통법 이전엔 애플 제품을이 사고 싶지만 이보다 싼 삼성전자를, 이보다 더 싼 LG전자를 샀다. 지원금으로 산 고객이다. 경쟁력이 있는 제품으로 얻은 고객이 아니다. 단말기유통법 이전 점유율은 사상누각이었던 셈이다.
일반적이라면 해법은 간단하다. 가격을 내려야 한다. 같은 성능이면 더 싸야 소비자는 국내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을 구입한다. 90만원을 받으려면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머릿 속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G4’다.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인정해야 다시 뛸 수 있다. 지금 상한제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소비자를 현혹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의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장 경쟁력 회복을 위해 꺼낸 카드가 지원금 상한 폐지라니. 그래봐야 사상누각이다. 여전히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제조사의 민낯이 부끄럽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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