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⑥SW분야 핫 이슈, 어떻게 전개될까…미래에 미칠 파장은
지난 몇년간 클라우드, 모바일은 급격한 속도로 IT산업을 변화시킨 화두였다. 클라우드, 모바일 시대의 도래는 기존 IT 산업, 특히 소프트웨어(SW)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시켰고 이러한 변화는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이다. 국내외 SW 업체들은 그 파장에 휘청거리기도 하고, 기회를 틈타 새로운 도약을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올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소프트웨어 업계의 5대 핫 이슈를 선정했다. 이 문제들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외 SW업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디지털데일리가 선정한 올 SW 시장의 핫이슈 5는 ▲세일즈포스닷컴 매각 ▲윈도10의 성공여부 ▲한국오라클 공정위 조사 ▲국산 클라우드 도전 ▲정부 SW 정책의 효과 등이다. 이 다섯 가지의 이슈는 향후 10년의 SW 시장 구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향후 몇년간의 국내외 SW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새주인은 누구? = 최근 세일즈포스닷컴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이 M&A가 성사되면 글로벌 SW시장의 구도는 다시 한번 요동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일즈포스닷컴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시장의 대표 주자다. 이미 시가총액 500억달러 규모의 회사로, 클라우드 서비스만으로 IBM, 오라클, MS, SAP, HP 등 글로벌IT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웹서비스와 함께 클라우드 투톱이라고 평가받는다.
이같은 회사가 매물로 나왔다는 점도 뜨거운 이슈지만, 과연 어떤 회사가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할 지도 큰 관심이다. 현재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할만한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는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SAP, IBM 등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아직 세일즈포스닷컴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가총액 500억달러에 달하는 대어를 삼킬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또한 지나치게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하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로 HP는 영국의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고가에 인수한 이후 회사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현재 세일즈포스닷컴 인수 1순위로 꼽히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클라우드와 모바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따라서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하면 MS는 당장 클라우드 시장의 선두 주자 될 수 있다는 야심을 가질만하다. MS가 현재 세일즈포스닷컴과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굳이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현재 MS의 클라우드 애저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MS가 지갑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큰 손’ 오라클은 IT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실행에 옮기는 회사다. 하지만 오라클은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로 세일즈포스닷컴에 관심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는 기자회견에서 “제 3자가 세일즈포스를 인수한다면, 솔직히 말해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라며 “각자가 고유한 강점을 클라우드 업계에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BM은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하면 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 IBM은 인프라 클라우드를 넘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를 모두 구성하고자 할 뿐 아니라 최근 세일즈, 마케팅 소프트웨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IBM과 세일즈포스닷컴은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하지만 뉴욕에 위치한 IBM의 딱딱한 문화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의 자유로운 문화가 어울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합병 당사자끼리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M&A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IT업계에는 그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한편 SAP의 경우 세일즈포스닷컴을 인수할 자금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외신은 보고 있다.
◆윈도10은 위기의 MS를 구할 수 있을까 = MS는 올 여름 ‘윈도10’을 선보일 예정이다. 윈도10은 애플과 구글에 지배자의 자리를 내준 MS가 절치부심하며 준비해온 야심작이다. MS는 윈도10을 PC, 모바일, 태블릿, XBOX, 홀로렌즈 등 모든 기기에서 윈도를 구동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 모바일 충격으로 인해 그동안 MS의 시장 전략은 다소 오락가락했다. 원래 MS는 윈도를 모든 디바이스에 장착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었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 CE, 윈도 임베디드 등의 운영체제를 제공해왔다. 이들은 디바이스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윈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기존 윈도와 전혀 다른 운영체제인 윈도폰을 선보였다. 이는 이름에 윈도가 있지만, 기존의 윈도 커널과 전혀 관계없는 새로운 운영체제였다. 애플이 맥OS와 다른 iOS를 통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S는 윈도10에서 다시 하나의 윈도로 돌아왔다. 윈도를 모든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특히 윈도10용으로 개발된 앱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PC, IoT, 엑스박스 원, 홀로렌즈 등 윈도10이 설치된 모든 기기에서 실행된다.
기존의 윈도 운영체제는 PC와 서버 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기 때문에 디바이스 확장성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윈도10은 처음부터 모든 기기에 적용하겠다는 계획 아래 개발됐다. 윈도10이 특히 기대를 받는 이유다.
◆오라클, 유지보수정책 변경될까 =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라클의 유지보수정책에 대해 ‘끼워팔기’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국내 SW업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오라클의 유지보수 정책은 지금까지 고객사의 많은 비판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던 사안이다. 10여년전부터, 오라클은 라이선스 기준으로 국내에서도 유지보수요율을 연간 22%로 책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외 SW업체에 비해 매우 비싸다. 유지보수 서비스를 구매하면 기본적인 패치 및 유지보수 서비스와 함께 차기버전을 무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끼워팔기라고 판단했다. 오라클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새 버전을 도입할 수 없다는 점, 유지보수비를 지불하면 차기 버전을 무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버전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결합판매 했다고 본 것이다.
아직 공정위 조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공정위 사무처장이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오라클의 끼워팔기를 언급했다는 점은 거의 판단이 끝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예상된다.
이를 오라클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오라클이 현재의 유지보수정책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항소의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만약 공정위의 판단대로, 법원에서도 오라클의 국내 시장에서 불공정 혐의가 인정된다면 오라클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는 특정 글로벌 SW업체들의 향후 시장 대응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뒤늦은 대응, 한국형 클라우드의 운명은? = 올해 국산 소프트웨어 업계의 화두는 클라우드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3~4년 전부터 클라우드로 방향전환을 해왔지만, 국내 업체들은 다소 소극적인 편이었다.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클라우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지는 분위기다. 한글과컴퓨터, 영림원소프트랩, 인프라웨어 등 다수의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시했다. 영림원 권영범 대표는 “세상은 클라우드로 바뀌는데 망설이면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제품의 성능, 기능, 안정성 등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경쟁해 온 것은 아니었다. 커스터마이제이션(고객 맞춤형) 서비스나 가격, 유지보수 등을 앞세워 틈새를 공략해왔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클라우드의 성능, 가격, 기능, 안정성 등 기본적인 요소로 경쟁을 해야 한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과 보다 직접적인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대신 좋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값주기 안착? 정부 SW정책 효과 있을까= IT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정부 정책은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향후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기때문에 정부 정책은 엄중함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 해 ‘SW중심사회’라는 전략을 발표하고, SW를 사회 발전의 주요 원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초등 SW교육 등 SW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SW산업협회는 지난 7일 “SW업계는 지난해 정부의 SW정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의 SW 정책에 업계가 긍정적 반응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숙원이었던 SW제값주기 정책이 구체적으로 시행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해 ‘SW중심사회실현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협회는 ▲SW사업대가 상향 조정 ▲상용SW유지관리 요율 마련 ▲SW사업 입찰하한가 상향조정 등 SW제값받기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보였다고 평했다.
물론 SW산업협회의 발표가 SW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협회 조현정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당시 비대위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IT분야 시민단체인 정보화사회실천연합은 미래부의 분할발주 시범사업에 대해 “무늬만 분할발주”라며 비판성명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도 정부의 정책효과가 나타나 시장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SW 업계가 정부 정책에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정책 방향에 대한 찬성, 아울러 그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국산SW업체 한 CEO는 “SW중심사회나 창조경제 등 아젠다에 기대는 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이 SW 산업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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