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과 반목하는 PC 시장…애플 ‘맥북’이 내놓은 해법
- 입력장치 정교하게 다듬고 휴대성 강화
- 태블릿과 다른 고유의 정체성 확립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2014년 글로벌 PC 출하량이 3억8060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가운데 태블릿 기세가 주춤했다. PC는 하락폭이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태블릿의 경우 50%를 넘나들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전체 출하량은 2억2960만대로 성장했으나 성장률은 4.4%에 그쳤다.
이는 PC와 태블릿이 서로 반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블릿은 PC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저가 화이트박스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돈을 벌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대로 PC는 태블릿에게 일정 영역을 내줬으나 여전히 전통적인 수요층이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성장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애플은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바부에나 센터에서 신형 맥북으로 PC 고유의 가치를 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에 공개된 맥북은 920g의 무게와 13.1mm의 두께로 휴대성을 강화했으며 12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해상도 2304×1440)가 특징이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인텔 5세대 코어M, 8GB 메모리, 512GB 플래시 메모리와 함께 배터리 수명은 9시간이다. 색상도 다양화해 실버 외에도 골드와 스페이스 그레이가 추가됐다.
키보드와 함께 터치패드도 개선됐다. 새로운 키보드는 34% 더 얇으며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나비식 메커니즘을 적용해 정확성을 높였다. 각각의 키 아래에 위치한 새로운 스테인리스 스틸 돔 스위치는 타이핑을 할 때 가벼우면서도 반응성을 강화했고 각각의 키캡 뒤에서 개별 발광다이오드(LED)를 배치했다.
터치패드는 ‘포스터치 트랙패드’로 이름 붙여졌다. 내장된 센서를 통해 촉각 피드백을 제공한다. 누르는 강도의 변화를 통해 작업을 보다 편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예컨대 길게 누르는 것만으로 이메일에 포함된 주소가 나타난 지도를 불러내거나 파일을 미리보기할 수 있다.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피드백도 전해져 정확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USB 타입 C(USB-C)’ 포트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과거 맥북에어에서 유선랜 포트를 과감하게 제거한 이후 애플은 입출력 단자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USB-C는 일종의 유니버설 포트로 데이터 전송은 물론 충전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배터리 충전도 여기서 이뤄진다. 덕분에 맥북에는 3.5파이 이어폰, USB-C 포트 외에는 입출력 단자가 전혀 없다. 이런 형태의 설계는 확장성이 떨어지지만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애플은 PC 시장에서의 해법을 ‘PC를 더욱 PC 답게’만드는 것에 찾았다고 봐야 한다. 태블릿은 모든 입력과 반응을 터치스크린에 해결해야 한다.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맥북은 키보드와 터치패드, 그리고 입출력 단자의 통합으로 사용자와의 교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태블릿이나 PC 모두 컴퓨터라는 범주에 속하고 입력 장치와 운영체제(OS)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 개의 제품 카테고리를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이른바 ‘2-in-1’과 같은 컨버터블PC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와 같은 제품 말이다.
한편 애플은 5세대 코어 프로세서(브로드웰)을 장착한 13인치 ‘맥북 프로’도 새로 출시했다. 큰 외형적 변화는 없지만 맥북과 마찬가지로 포스터치 트랙패드를 제공하며 더 빨라진 플래시 메모리로 성능을 높였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종전 9시간에서 1시간 더 늘어난 10시간이다.
가격은 맥북이 CPU와 플래시 메모리 용량에 따라 159만원~199만원이다. 맥북 프로는 159만원, 219만원부터 시작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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