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꾼 어도비…"우리가 SW산업 바꿨다"
“이전 소프트웨어 사업은 CD나 패키지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도비가 서브스크립션(정액 구독모델) 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했다. 이제는 IT 산업이 어도비의 모델을 쫓아하고 있는 모습이다.”
5일 한국을 방한한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시스템즈 CEO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거대한 시대 변화의 파고를 넘어, 안정화를 이끈 리더이기 때문인 듯 보인다.
어도비는 모바일 시대에 어려움을 겪을 회사 1순위로 생각됐었다. 플래시 등 어도비의 주요 기술과 제품이 모바일 시대에 쓸모없는 것이 됐기 때문이다. 포토샵과 같은 디자인 소프트웨어 역시 화면이 작은 모바일 시대에서 활용도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어도비는 건재하다. 아니 모바일 시대에 더욱 발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를 이끈 리더가 나라옌 CEO다.
그는 어도비에 크게 두 가지의 변화를 일으켰다. 하나는 모든 제품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과금모델을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바꾸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마케팅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분야를 회사의 주력 분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우선 모든 제품을 클라우드 및 서브스크립션으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당장 눈앞의 매출이 반토막 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던 방식을 버리고, 소액 월정액 기반으로 바꾸면 해당 분기나 연도 매출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월정액 요금제로 하면 매출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면서 불법복제 등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나라옌 CEO는 “모바일 디바이스 나오고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창작 프로세스를 재상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큰 결단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변화는 매우 성공적이다. 어도비는 당초 클라우드 기반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400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미 2014년에 350만명을 돌파했다.
마크 가렛 CFO는 “전 세계에 디지털 창작 전문가는 1000만명”이라면서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소프트웨어에 과감하게 뛰어든 것도 어도비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전까지 어도비는 포토샵, 플래시, 인디지인, 일러스트레이트, 애크로뱃 등 디자인 및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만 인식됐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컸고, 글로벌 리더 SW 기업의 위상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어도비는 지난 5년간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했다. 기존 주력 제품군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와 함께 마케팅 클라우드(MC)가 현재 어도비의 좌우 날개가 됐다.
이를 위해 어도비는 관련 전문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해서 마케팅 클라우드와 통합해왔다. 가트너 매직쿼더런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어도비는 통합마케팅관리, 디지털마케팅허브, 멀티채널관리 등 여러 마케팅 관련 분야 조사에서 리더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어도비가 마케팅 소프트웨어 뛰어든 이후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고, 다른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잇달아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나라옌 CEO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이미 확고한 제품과 서비스가 변화하는 좋은 예가 될 것이고, 마케팅 클라우드는 기존 SW기업도 원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지난 5년 변화는 흥미로운 시간이었고, 모든 회사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요구)에 부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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