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비애…LGU+에 특허 도둑맞은 서오텔레콤”
-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 "LG가 특허 침해"…LG "무혐의로 끝난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LG와 4번을 만났습니다. 휴대폰 당 50원에서 180원을 받는 조건으로 제안까지 했는데, 만난 적 자체가 없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보기 쉽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중소기업 특허 도용 논란을 빚고 있는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대표와 LG유플러스의 최주식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와는 별개로 진실공방을 벌였는데요.
당시 상황을 짧게 요약하자면 한쪽에서는 상대방을 만났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오텔레콤의 김 사장은 LG유플러스가 자신의 특허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LG유플러스는 서오텔레콤의 기술을 폄훼하고 아예 만남 자체를 부정합니다.
LG유플러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재정신청 기각에 불복상고한 상태이고 서울고등검찰청에도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들의 분쟁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입니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10여년전 만난 LG 직원들의 명함을 보여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특허침해는 인정, 손해배상은 패=양측에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넘은 2001년.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는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를 방문해 긴급호출관련 솔루션을 상용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서오텔레콤 기술은 비상상황시 휴대폰에 장착된 비상버튼을 수초간 누르면 미리 입력된 연락망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긴급호출서비스였습니다. 김 대표는 2003년 4월 LG전자의 요청으로 변리사와 함께 방문해 기술설명을 했고, 특허 자료도 모두 건네주었다고 합니다. LG유플러스 직원도 참석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김 대표는 자신의 기술이 LG유플러스의 휴대폰에 도입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김 대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서오텔레콤의 기술을 활용한 '알라딘폰'을 2004년 전격 출시합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소중한 특허가 무단으로 사용된 것이지만 LG에서는 오히려 '알라딘폰' 출시 전 서오텔레콤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중소기업 김 대표의 지루한 소송전이 시작됐습니다.
법적분쟁은 서오텔레콤의 승리로 손쉽게 끝나는 듯 했습니다. 대법원은 서오텔레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2개 청구항 모두 서오텔레콤의 특허가 유효하다는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오텔레콤이 검찰에 제출한 특허침해 고소는 번번히 기각되거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노골적으로 LG유플러스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LG의 특허침해는 인정했지만 고소 날짜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김 대표는 당시 P검사가 고소날짜 수정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서울고등검찰청 조사결과 날짜 조작이 사실로 밝혀져 재수사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혐의 없음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김 대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헌재 역시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반면,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연전연패였습니다. 특허침해는 인정받았지만 그로인한 손실을 만회할 길이 없어진 것입니다.
◆LG 고의적 방해, ETRI 등 LG가 서오기술 침해=흔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소송전을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고 하는데, 김 대표는 이 말이 단순히 자금력 차이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까지 포함한 말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는 1년간 사건해당 판사가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2009년 당시 재판장이었던 최성준 부장판사(현 방통위원장)는 변론이 종결된 상태에서 판결을 내리기 하루 전 오후 4시경 인터넷을 통해 변론재개를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LG측에서 변론재개를 고집한 것인데요.
법정 변론 때 재판장의 기술차이를 묻는 질문에 LG의 대답이 알라딘폰은 전화가 걸려왔을 때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통화연결이 이뤄진다고 답변하자 재판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답변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LG가 상황이 불리하자 벌인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LG는 판결직전까지 제출하지 못했고, 이대로 재판이 속행될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변론재개를 고집한 것입니다. 결국 최성준 부장판사는 다른 곳으로 갔고 LG가 제출한 증거는 일반전화기와 관련된 엉뚱한 자료였습니다. 끝내 무효소송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소송이 세간의 관심을 끌자 청와대, 정부, 법조계 등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등 대표적인 중소기업 특허침해 사례로 부각됐습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ETRI에 기술검증을 의뢰했는데 결과는 "LG측 주장은 국제표준규약에 위배된다". 즉, 특허침해가 명백하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특허침해 검토보고서 역시 특허침해가 명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특허침해 검토보고서 역시 결과는 동일합니다. 여기서는 비록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서오가 패했지만 LG는 서오에게 상당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LG 만난적 없다, 이미 끝난 일=하지만 LG유플러스 입장은 다릅니다.
ETRI의 의견에 대해서는 "특허 도면만을 가지고 소송에서 인정되지 않은 서오의 일방적 주장을 가정해 기술의견을 낸 것에 불과하다. ETRI는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이 소송건과 관련해 현재 LG유플러스의 답변은 "이미 끝난 일이다"라는 것입니다. 최근 이통사 CEO 간담회에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끝난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주장과는 달리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달 2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이 기각됐고 김 대표는 7일 기각에 불복상고를 냈습니다. 서울고등검찰청에 수사검사들의 직권남용 및 편파수사에 대한 진정서도 제출돼있는 상태입니다. 특허심판원에는 권리법위확인심판도 청구돼 있습니다.
김 대표는 10년 넘는 소송 끝에 100억원 가까운 돈을 썼고 사옥도 팔았다고 합니다. 집주인에서 이제는 그 건물에 전세를 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며 주변에서 말렸지만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입니다.
LG유플러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맞지만 이제는 사회적 역할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것은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이고 우리 중소기업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승부합니다. 수긍할거는 서로 수긍하고 수직적 파트너십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좀 쓰면 부끄러운 일입니까? 혹시라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 아이디어만, 자료만 가져간건지 답답합니다"
LG유플러스와의 법적공방에서 만신창이가 됐지만 논란이 됐던 그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중국, 브라질에도 진출하고 국내 다른 통신사 SK텔레콤과도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SK텔레콤은 저간의 사정을 고려한 듯 "자신들은 절대 LG처럼 안할테니 안심하라"고 김 대표를 위로했다고 하는군요.
중국의 샤오미, 비보도를 전제로 말해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엄청난 규모의 글로벌 기업도 직접 찾아와 논의했다고 합니다.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까지 나가서 억울함을 토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외 특허전문회사에 팔아 미국서 분쟁을 붙이려는 생각도 했지만 이 기술이 계속 제 손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데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정부에서 중재를 한다고 했으니 기다려봐야죠"
상식적으로 100억원을 써가면서 대기업과 무모한 소송전을 벌이는 중소기업이 있을까 싶습니다. 정황상 누가봐도 억울할만한 일입니다. 물론, 만남 자체를 부정하는 LG유플러스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대표는 희대의 사기꾼이겠지요.
LG유플러스는 중소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동반성장 2014'를 추진 중입니다. 지원전략을 체계화한 5생(生) 정책을 마련했는데요. 여기에는 기술상생도 포함돼있습니다. 자금지원, 해외동반진출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중소기업을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으로 보지말고 그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해 보입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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