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제로클럽, 파격혜택인가 눈속임인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유플러스는 지난 23일 ‘국내 최초 단말 선보상 프로그램 및 출고가 인하 등 고객 혜택 대폭 강화’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후속대책이다.
이날 발표에서 눈길을 끈 것은 ‘제로(0)클럽’이다. LG유플러스는 제로클럽에 대해 “국내 최저 부담으로 최신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제로클럽, 자동차 리스 방식과 유사=제로클럽의 핵심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지원금과 고객이 기존에 갖고 있는 중고폰 가격 보상에 추가로 18개월 뒤 휴대폰 반납 조건으로 신규폰의 중고가격을 미리 할인 받는 프로그램이다. 자동차 분야서 많이 쓰이는 판매 방식이다. 18개월 뒤 반납을 하지 않으면 가입 때 보상 받은 금액을 12개월 동안 분할 상환해야 한다. 기존 폰 보상비나 신규 폰 보상비와 기준 등 세부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31일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정식 발매 때 확정 발표 예정이다. 현재 제로클럽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구매 때만 적용한다.
LG유플러스는 일단 “아이폰5 이용자가 아이폰6 16GB 모델을 살 경우 공시 지원금을 합쳐 몇 만원 정도만 더 부담하면 된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애플코리아의 출고가와 관계없이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16GB에 한해 70만원대 출고가를 예고했다. LG유플러스 시나리오는 ▲아이폰6 16GB 선 보상금 30만원 전후 ▲아이폰5 보상금 10만원대 후반을 상정하고 있다. 기존에 쓰던 폰이 애플이 아니면 선 보상금은 그대로지만 기존 폰 보상금은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제로클럽은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이 맞을까. ‘글쎄요’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통신사를 옮기면서까지 가입하기엔 이로울 것이 없다.
◆제로클럽 가입자, 가입 19개월째는 어쩌지?=관건은 19개월째다. 반납을 하면 새 폰이 있어야 한다. 그때 새 폰을 시는 비용은 LG유플러스가 주는 것이 아니다.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 반납을 하지 않으면 미리 받은 보상금을 토해내야 한다. 보상금 배상은 12개월 할부 조건이다. 금융비용(할부이자)이 발생해 받았던 돈 보다 더 내야 한다.
18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폰을 분실하거나 고장이 나면 어떻게 될까.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고장은 애플과 해결할 문제고 폰을 반납하지 못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 시기와 별개로 18개월이 된 이후 선 지급한 보상금을 12개월에 걸쳐 배상하면 된다”라고 전했다. 이는 LG유플러스에 남았을 때다. 새 폰을 사는 비용은 역시 소비자 전액 부담이다. 다른 통신사로 옮기면 공시 지원금 등 구매 당시와 이용하면서 받은 혜택에 위약금이 발생한다.
선 보상 중고폰 가격이 적절한지는 논외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중고폰 가격이 18개월 뒤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요와 공급이 변수다. 공급 쪽에서는 LG유플러스가 수거한 제품을 어떻게 처분할지가, 수요 쪽에서는 이용자의 선호도가 변수다.
◆아이폰 구매자 혜택, 다른 폰 구매자가 비용 부담=결국 제로클럽은 LG유플러스가 다른 통신사 아이폰 이용자를 유혹하기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LG유플러스의 말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LG유플러스가 침체된 통신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제공하는 파격적 고객 혜택’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중고폰이 단통법 체제하 보조금 확대 우회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언급한대로 선 지급하는 중고폰 가격이 시장가에 적절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 KT도 해당하는 사안이다. 우회 보조금 증가는 이용자 차별을 금지한 단통법 취지에 역행한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휴대폰 이용자가 애플폰 중고가를 부담하는 구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하나 있다. 중고폰 유통망까지 통신사가 장악할 수 있다. 중고폰은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시세가 움직인다. 하지만 통신사가 대량 확보한 기기로 수급을 조절하면 이런 기능은 금방 무력화 된다. 통신사가 설정한 가격이 높으면 공급 쪽이, 통신사가 설정한 가격이 낮으면 수요 쪽이 그대로 움직일 확률이 크다. 시장이 자율성을 잃으면 통신사가 뜻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 뻔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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