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를 둘러싼 ‘합리와 불합리’ ‘주장과 억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확인감사에서도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지상파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상당수 미방위원들은 일방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원장에게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주문했지만 지상파 방송사에 주파수를 할당하라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27일 국회서 열린 미래부 확인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파수를 둘러싼 제반환경이 변화한 만큼,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존 모바일광개토플랜 2.0을 3.0으로 진화시키고 이에 UHD 방송용 주파수로 700MHz를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파수 전문가들은 전세계 표준 동향과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 국내 산업계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700MHz 주파수 정책, 국회 결재 받아라?=이날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정책은 새로운 수요, 변화에 따라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2012년 결정한 모바일광개토플랜은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심 의원은 "창조경제는 없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세계가 UHD 방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저하기보다는 공격적으로 선도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 "다른 것은 많이 도와줄테니 주파수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기존의 주장을 이어갔다. 기존 정책의 변화, 즉 통신용도로 정한 40MHz폭을 다시 용도결정하자는 얘기다. 정확히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주자는 얘기다. 최 의원은 "재난망을 양쪽(상하향)으로 할당하면 UHD 방송을 할 수 없다"며 "(상하향폭을)더 떼어서 방송과 통신이 그 사이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현재의 주파수 정책으로는 난개발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기술의 진화, 새로운 환경, UHD 서비스, 재난망의 새로운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 의원은 "주파수 배분과 관련해 정책 결정 전 반드시 국회와 사실상의 동의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해 정부부처 결정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통신사가 700MHz보다 2.6GHz를 원한다고?…최양희 "와전된 것"=그동안 국감에서 통신사들이 700MHz 주파수보다 고대역 주파수를 원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날 최민희 의원도 고주파 주장을 펼쳤다. 그는 "2020년 5G 서비스가 되려면 저주파 대역으로 가능하겠냐. 더 고주파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도 "통신사 입장이 700MHz 주파수보다는 고주파 선호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심학봉 의원 역시 "통신사들은 2GHz 이상의 높은 주파수 대역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24일 방통위 확인감사에서 최성준 위원장은 이 같은 질문에 "그 같은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답하기도 했지만 이날 최양희 장관은 "와전된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 의원은 "통신사들이 공청회라면 그렇게 얘기하겠느냐 2GHz 대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방통위와 적극적으로 중재해 합리적 대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 역시 "잘못 전달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방송, 통신 다 미래 성장동력 위해 필요한 주파수 갖도록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라며 "기존 광개토플랜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우리만 홀로가자고?…세계 표준화 동향 어떡하나=이 같은 주장에 대해 주파수 전문가인 A교수(익명을 요구)는 "700MHz 주파수를 놓고 방송할거냐 통신할거냐 얘기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우리가 700MHz로 UHD 방송을 하려면 다른 나라도 700MHz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보다 UHD를 훨씬 먼저, 더 열심히 준비하는 일본도 지상파로 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700MHz에서 UHD 방송이 이뤄진다면 전세계가 그 대역에서 방송할 수 있도록 기술, 표준화가 결정될 것"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방송표준은 미국식인데 UHD는 유럽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뚱맞은 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A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UHD 콘텐츠를 지상파를 통해서 유통하기 보다는 케이블, 위성, IP 등으로 가는 추세"라며 ""지상파 방송사는 여전히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 1등이다. 과거 누렸던 권력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정부의 주파수 정책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미래부, 방통위, 총리실로 주파수 정책이 나눠져 있다"며 "방통위는 방송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5G 서비스로 고주파가 더 좋다는 주장에 대해 A 교수는 "5G는 700MHz는 물론, 1.7, 2.1, 2.6도 쓰고 3.5GHz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동향을 보면 고주파수 대역은 보조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저대역 주파수에서 넓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우리나라가 APT 플랜에서 FDD안(700MHz의 108MHz폭을 상하향 각각 45MHz를 할당하는 방식)이 채택되도록 리딩했다"며 "일본도 반대했다가 우리 주장에 따라왔는데 오히려 우리만 다른 길을 간다면 전 세계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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