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 없는 깡통 PC, 삼성과 LG의 온도차이
- 삼성과 LG, 전년 동기 대비 선전
- 수익성 확보와 시장점유율에 따른 전략의 차이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운영체제(OS) 없이 본체만 판매하는 이른바 ‘깡통 PC’가 선보인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외국계와 중소기업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다면 지금은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깡통 PC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보안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OS 유무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국내 OS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PC 제조업체를 통해 윈도의 입지를 유지하고 싶겠지만, 따로 윈도를 구입해야 하는 비용이 PC에 포함된 윈도보다 비싸기 때문에 상황이 불리하다.
따지고 보면 깡통 PC가 득세하게 된 이유도 MS에서 찾을 수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윈도8의 초기 반응이 워낙 부정적이었고 예전과 같은 ‘윈도 신제품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PC 업계에서는 갈수록 스마트 기기로 출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윈도가 빠진 제품을 궁여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윈도8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깡통 PC 전략도 업체별로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PC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깡통 PC 모델에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지난 2분기 국내 PC 출하량에서 나름대로 선전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지만 최대 성수기인 1분기보다는 성적이 떨어졌지만 예년보다 하락세가 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깡통 PC가 몰려 있는 노트북 라인업에서 올해 출시된 제품을 기준으로 현재 삼성전자는 12개, LG전자의 경우 29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주력 모델인 ‘울트라PC 그램’에 깡통 PC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삼성전자 동급 모델인 ‘아티브북9’ 시리즈가 4개 모델에 그쳤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는 LG전자가 그만큼 그램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분기 LG전자의 국내 PC 시장 노트북 출하량은 17만대로 2011년 21만대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그램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깡통 PC의 전성기가 지난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먼저 깡통 PC 판매를 시작했고 이후 반응을 살핀 LG전자가 참여했다”며 “당시 윈도8 이슈로 인해 PC 판매가 원활하지 못해 선택한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제품 자체의 수익 확보를 위해 출하량을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LG전자는 그램의 인기를 계속해서 이끌어가고자 하는 의욕이 엿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입장에서는 오랜만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신제품에서의 소비자 인지도도 고려해야 하고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당분간 깡통 PC 판매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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