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워크아웃 임박 불구 ‘바람 앞의 등불’…자금난 해소 난항
- 팬택 “20만대 우선 구매해야” vs 통신사 “팔리면 사겠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산 넘어 산이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여부를 두고 홍역을 치른 팬택이 이번엔 현금조달 문제로 고생 중이다. 팬택이 생산해 둔 휴대폰을 통신사가 구매하는 문제를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팬택은 전량 구입을 통신사는 재고상황을 봐가며 순차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쪽 주장이 다 일리가 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팬택과 통신사에 따르면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 20만대 공급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팬택은 통신사에 전량 이달 구매를 요청했다. 통신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내용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팬택은 국내 휴대폰 점유율 3위 제조사다. 지난 3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 연장은 이달 결정된다. 팬택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는 팬택 채권 3000억원 가량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워크아웃 계획을 논의 중이다. 현재 채권단 동의를 기다리는 상태다. 당초 통신사에 1800억원 규모 출자전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통신사는 2년 채무유예를 선택했다.
워크아웃 결정에도 불구 팬택이 통신사에 20만대 구매 요청을 한 것은 자금난 때문이다. 팬택은 지난 6월부터 신규 매출이 없는 상태다. 이달 들어 협력사 대금 결제는 물론 임직원 임급 지급도 못하고 있다. 공장 가동은 멈췄다. 채권단 워크아웃 방안은 신규 자금 수혈은 아니다. 회사 운영을 위한 현금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 20만대를 모두 통신사가 살 경우 약 900억원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팬택 관계자는 “SK텔레콤 10만대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5만대 정도가 된다”라며 “SK텔레콤용 ‘베가팝업노트’ 신제품을 포함 ‘베가아이언2’ ‘베가시크릿업’ 등이 재고로 있다”라고 말했다.
통신사가 선뜻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적정 재고 이상 팬택 제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팬택 경영위기 대응 차원에서 적극적 판매에 나섰지만 여전히 50만대 정도가 남았다. 불확실성이 높아 이 이상 제품을 갖고 있는 것을 꺼리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팬택 제품을 안사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사겠다는 것”이라며 “통신사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실제 개통이 이뤄지도록 소비자를 설득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자금난 해소는 신규 투자 유치도 해법이다. 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팬택은 협력사 대금 결제 및 신규 부품 구매 비용이 필요하다. 부품을 구입하지 못하면 더 이상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제품을 못 만들면 돈이 들어올 구멍도 없다.
이에 따라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은 금융채권 동결에는 효과적이지만 상거래채권 상환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다. 대금 결제를 하지 못하면 부도를 피할 수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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