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TE-A 모뎀 국책과제 사업 난항…700억 혈세낭비 우려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모뎀칩 개발 국책과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최종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져 과제 완료 시점이 이례적으로 반년 가까이 뒤로 밀렸다. 상용화 여부도 불투명하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LG전자 MC사업본부는 국책과제로 개발된 시제품이 “퀄컴 모뎀 솔루션과 견줘 완성도가 떨어지고 원가도 높다”며 완성품에 탑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컨소시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기술 동반성장 연구개발(R&D)’ 국책과제 완료 시점은 이달 말에서 11월 말로 5개월 연기됐다.
LG전자 컨소시엄은 지난 2011년 6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산자원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이 공고한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 5개 과제 가운데 ‘IT융복합기기용 핵심부품’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에는 사업을 총괄하는 LG전자 외에도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엠텍비전, MTH 등이 참여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차세대통신연구소는 LTE-A 모뎀 설계자산(IP)을 개발하고, MTH는 이 IP를 받아 모뎀칩으로 만든다. 모뎀칩과 쌍으로 붙는 무선주파수(RF)칩은 아이앤씨가,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은 엠텍비전이 맡았다. 일부 삭감이 이뤄지긴 했으나 LG전자 컨소시엄은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지난 3년간 정부로부터 약 7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LG전자 컨소시엄은 최근 “완성도가 떨어져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 측도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관계자는 “모뎀, AP 등은 개발을 완료했지만 RF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며 “오는 11월까지 과제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이 완료돼도 상용화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문제다. 엠텍비전이 개발한 쿼드코어 AP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어려운 어정쩡한 사양이다. 모뎀과 RF칩은 퀄컴 솔루션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린데다 신뢰성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11월이면 이미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퀄컴은 최대 다운로드 속도 300Mbps(카테고리6, 40MHz 대역폭)를 지원하는 광대역 LTE-A 모뎀칩(고비 9x35)을 상용화한 상태다. 올 연말에는 모뎀 및 64비트 명령어 지원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통합한 AP 스냅드래곤 810, 808의 샘플을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전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제품에 통합된 모뎀은 한 차원 더 진화한 형태로 주파수 3개를 묶어 총 60MHz의 대역폭에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 450Mbps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원칩 형태여서 설계 공간 및 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 MC사업본부가 이를 포기하고 국책과제 결과물을 쓰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완료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진데다 경쟁사의 기술 개발이 빨라 상용화 가능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라며 “700억원의 거대 예산이 투입된 국책과제 결과물이 ‘잠자는 기술’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도 이 과제를 따내기 위해 2011년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LG전자와 경합했으나 LG 측이 ‘MC사업본부를 통한 상용화’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가산점을 받아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컨소시엄의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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