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T리빌딩-비즈니스 리빌딩③] 진화하는 IT, 뒤쳐지는 업무 방식과 제도 개선 필요
연이은 보안사고로 인해 금융권은 내부통제 및 규제 준수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 이와 별개로 업무의 모바일, 태블릿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위한 후선업무에 변화도 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점 통폐합과 아웃도어세일즈의 확산으로 그동안 PC기반의 은행, 증권, 보험사의 업무 방식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후선업무(BPR)에 대한 변화와 전자문서 지원을 위한 대외 시스템 통합 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에 따른 프로세스 변화를 살펴본다.<편집자> |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금융권은 스마트폰 뱅킹 등 새로운 IT환경에 맞는 신규 서비스 출시를 본격화했다. 이 같은 금융권과 금융고객들의 IT신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금융 채널에 대한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처음 스마트폰 뱅킹이 서비스된 이후 올 1분기 처음으로 스마트폰 등록고객수가 4000만명을 돌파했다. 아직은 소액결제와 조회 서비스에 국한돼있긴 하지만 인터넷 뱅킹으로 대표되던 비대면 금융 채널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채널은 중요한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인터넷 뱅킹의 보급속도와 비교하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뱅킹의 확산 속도는 경이롭기 그지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뱅킹으로 촉발된 차세대 금융거래 솔루션의 발전은 국내의 경우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 금융서비스, 규제에 발목=해외의 경우 여러 개의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하나로 모은 ‘코인(Coin)’, 지문인식 등 생체인식 서비스에 기반 한 보안 결제 서비스 등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에서부터 최근 시장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통화인 ‘비트코인(Bitcoin)’ 에 이르기까지 신규 금융 거래 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IT신기술에 기반한 신규 서비스 개발을 활성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부 국가의 은행 수익이 우리나라를 뛰어넘은 지 오래”라며 “이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규제라는 족쇄에 묶여 새로운 서비스 및 상품개발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증권 및 은행의 아웃도어세일즈(ODS) 활성화의 발목을 제도와 법규가 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3월 전경련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들은 태블릿PC를 이용해 지점외부에서 계좌개설 및 상품가입이 가능한 전자문서업무를 신규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은행, 증권사 등의 전자문서업무는 방문판매법의 규정을 적용받는다.
방문판매법이 적용되면 외부에서 금융투자상품을 가입한 고객이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주내 상품 철회가 가능하다. 전경련은 가입 후 2주 내에 손실이 나서 고객이 계약을 철회하면 증권사가 손해를 보고 원금을 돌려줘야 해 전자시스템을 이용한 상품영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문판매법 뿐만 아니다. 스마트 금융 서비스에 있어서도 이러한 규제는 오래전부터 시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예를 들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으로 촉발된 공인인증서 폐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금융권의 대외 서비스에 있어서 각종 규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저해하고 시장의 발달에 방해로 작용해 왔다. 최근 금융당국이 IT기술과 규제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서 ‘보안’에 좀 더 치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 만큼 급격한 시장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부 업무 프로세스 혁신=한편 IT기술의 발전은 금융사 내부 업무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빅데이터 분석 기법의 도입이다.
그동안 데이터 분석은 현업에서 업무에 필요한 ‘질의(쿼리)’를 IT부서에 넘기면 IT부서에서 이러한 질의에 대한 DB검색을 통해 결과 값을 현업에 전달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 이러한 업무 프로세스는 명확한 질의 설정이 이뤄져야 원하는 결과값을 얻을 수 있다는 단점과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유연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을 노출해 왔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기법 도입으로 IT벤더들은 사전 질의가 포함된 박스 형태의 분석 툴을 제공하게 됨으로서 IT담당자가 아니라 현업 담당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의 고객 성향을 분석하고자 하면 박스 형태의 분석툴에선 해당 결과값 뿐만 아니라 추가로 고객의 구매 추이, 고객의 상점 방문 패턴 등을 제시하는 등 연계 분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석 패턴을 제시할 수 있다.
현업에서는 이를 통해 애초 원하던 결과값 외에도 유의미한 정보를 시스템을 통해 얻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마케팅 정책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전통적인 IT부서와 협업을 가로막던 기술이라는 작업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업무 환경의 변화에 있어서는 모바일 기반의 업무환경 조성이 가장 큰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앞서 언급된 ODS가 증권과 보험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으며 이제는 은행권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은행권의 경우 모바일 업무 도입은 그동안의 업무 관행을 혁신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 체인저’로 꼽히고 있다.
금융권의 IT 리빌딩에 있어서 이러한 모바일 업무 환경의 도입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모바일 업무 환경 도입 모두 ‘보안’이라는 걸림돌이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의 경우 고객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수록 좀 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만 최근 고객정보 보호에 대한 금융권의 의무가 강조되면서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모바일 업무 환경 도입 역시 민감한 금융거래 정보를 취급하는 금융업무의 특성 상 외부 해킹 등 보안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 금융권의 숙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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