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스라엘인가, 왜 창조경제인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 1년을 맞이합니다. 출범 초기에는 '창조'라는 단어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면서 개념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논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창조'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함축성, 추상성, 모호함은 여전합니다.
정부 정책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고 뚜렷한 비전과 예산집행을 통해 정책은 구현됩니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ICT를 섞어놓았지만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는 여전합니다. 창조의 기반으로 창업을 제시하고 있지만 예전 정부의 정책과 차별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박근혜 정부는 왜 '창조'를 내세웠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처를 만들었을까요. 박근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시한 '창조'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대한민국은 창조경제를 통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미래부 출범 1년이 다되가는 상황에서 또 다시 '창조'라는 개념으로 설전을 벌여야 할까요. 그만큼 '창조'라는 단어는 정부정책 측면에서 여전히 모호함을 의미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하기 까지 상당한 역할을 한 이는 바로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입니다. 그래서 윤 차관을 통해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왜 우리는 창조경제에 올인해야 하는지를 윤 차관에게 다시 한 번 들어봤습니다.
◆왜 이스라엘인가
윤 차관은 이스라엘 전문가로 유명합니다. 과거 이스라엘 관련 경제서적을 번역도 했고, 정관계 인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사드 사람들과도 친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이스라엘 전문가라 할만 합니다.
미래부 탄생에 가장 많이 영향을 준 사례도 역시 이스라엘입니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생존할 수 있는 증거가 바로 이스라엘이라는 것이 윤 차관의 설명입니다.
"이스라엘은 인구 700만 가량, 면적은 남한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자원은 없고, 주변환경은 척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닥 상장사 숫자가 3번째로 많은 나라입니다."
윤 차관은 이스라엘이 세계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활발한 창업을 꼽습니다. 이스라엘처럼 자원이 없고 국토가 작은 우리도 활발한 창업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놀아야 지속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이 윤 차관의 생각입니다.
◆스타트업 & 글로벌이 핵심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와 이스라엘의 창업 지원시스템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시스템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융자와 투자의 차이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윤 차관은 우리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업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금융환경이 융자가 아닌 투자로 전환돼야 우리가 지속성장 할 수 있다고 믿고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뛰어들어야 하는데, 물속은 융자로 가득차 있습니다.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은 융자에 빠지면 익사 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투자로 가득찬 곳에서는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습니다. 창조경제의 역동성은 결국 금융이 결정합니다."
윤 차관이 금융 다음 꼽는 창조경제 핵심요소는 '글로벌'이다. 좁은 내수에 머무르지 말고 해외로 나가라는 얘기다.
"치킨집 옆에 똑 같은 치킨집을 여는 것은 창업이 아니라 개업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먼저 해외에 나가야합니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사례가 단적인 예입니다. 이스라엘은 좋은 특허,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스라엘 안에서 성공해야지 하는 바보는 없습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국민의 무한 상상력을 발판으로
마지막 창조경제의 핵심요소는 바로 상상력입니다.
연구자, 개발자, 정책입안자 등 1%에 불과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아니라 99% 국민들의 상상력이 우리 경제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토론과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만드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 교환합니다. 우리는 칠판에 적고 외우라고 합니다. 과학시간에 실습한 번 할 수 없고, 학교에서 엉뚱한 질문을 하면 혼이 납니다. 이래서는 상상력이 나올 수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많아져야 합니다."
미래부의 무한상상실은 이같은 현실의 반성에서 탄생했습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주 오랜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윤 차관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철강이 산업의 쌀이었다면 창조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소프트웨어입니다. 20세기의 언어가 영어였다면 21세기 언어는 컴퓨팅 언어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육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윤 차관은 지겨울 정도로 이스라엘을 예로 들고, 모호하지만 창조경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두뇌를 활용해 먹고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과거 손발로 성공을 이뤘지만 인도, 중국이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창의적인 두뇌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창조경제를 위한 IC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머리도 명석합니다. 이 정부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기초과학이 더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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