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G의 OLED 투자 타이밍은 적절했나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7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인터내셔널 CES 2014’는 삼성과 LG의 대형 디스플레이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 양사가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이 확인된 자리이기도 했다.
LG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은 액정표시장치(LCD)에 집중했다. 리모컨 조작으로 휘어지거나 평평해지는 TV가 올해 삼성과 LG의 ‘기술력 상징’ 제품이었다. 컨셉트는 비슷하지만 기반 기술은 달랐다. 삼성은 LCD(85인치), LG는 OLED(77인치)였다. 삼성도 휘는 OLED TV를 전시했지만 지난해처럼 이를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삼성은, 현 상태에선 OLED가 LCD를 이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새로운 TV용 OLED 패널을 출시하지 않은 채 연구개발(R&D)에만 몰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OLED 라인 투자도 올해 계획에 잡혀 있지 않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OLED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조금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3~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도 삼성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의성(타임투마켓) 관점에서 OLED는 지금 아니라는 얘기다.
LG는 도전을 택했다. LCD를 주력으로 삼으면서 OLED의 ‘붐업’을 노리고 있다.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장(사장)은 “OLED는 보급화 단계에 왔다”며 “CRT, PDP를 LCD가 대체했듯 LCD도 OLED가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이미 대형 OLED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월 8000장 규모의 8세대 OLED 패널 양산라인인 M1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초 신규 라인인 M2(2만6000장)에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사장)는 “계획대로 올 하반기부터 M2(OLED TV용 라인)를 가동한다”라며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M2가 가동되면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생산 여력은 기판 투입 기준 월 3만4000장으로 늘어난다. 8세대 기판 한 장에선 55인치 패널 6장을 뽑아낼 수 있다. 수율 70%를 달성했다고 가정하면 매월 약 14만대의 OLED TV 패널이 쏟아진다. 물론, 이 정도 수율을 만드는 건 LG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다.
물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소비자들이 LCD 대신 비싼 OLED TV를 구입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 같아선 OLED TV를 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LCD가 브라운관(CRT) 마냥 뚱뚱하고 무거웠다면 모를까, 충분히 얇고 가볍기 때문에 폼팩터 관점에선 LCD나 OLED나 매 한가지다. 오히려 수명이나 신뢰성, 해상도 발전 속도 면에서는 LCD가 OLED를 앞선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OLED TV의 최대 경쟁자는 LCD TV라고 말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OLED TV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6대 TV 업체(TCL, 하이얼, 창홍, 콩카, 하이센스, 스카이워스)는 올해 CES에서 일제히 OLED TV를 전시했다. 중국 업체들의 OLED TV에 들어간 패널은 모두 LG디스플레이 제품이었다.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사업에서 올해 손익분기점을 맞추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으로 안다”라며 “어떻게든 수율을 높여 손해보지 않고 제품을 판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투자 타이밍은 제조업체의 흥망성쇠를 가른다. LG의 OLED 투자 타이밍이 적절했길(수율향상, LCD와의 차별화 성공) 기대한다. 내년 이맘때 쯤이면 답이 나올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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