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이 면죄부? 해외 사례 살펴보니…기업혁신 보호장치로 활용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달 네이버와 다음 등에 대해 동의의결을 결정한 이후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지루한 법정공방 대신 즉각적인 이용자 후생 증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지지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동의의결을 일종의 ‘봐주기’나 ‘면죄부’’가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이 동의의결 제도의 첫 적용사례이기 때문에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의의결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제도다. 집행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사실 경쟁법 사안은 횡령이나 분식회계 등의 다른 기업 범죄와 달리 위법성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쉽지 않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08년 당시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했지만,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전례가 있다.
동의의결제도는 주로 기업 혁신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된다. 혁신기업은 배타적인 기술력 등을 앞세워 일정 기간 동안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벌금이나 과징금과 같은 처벌을 앞세우기보다는 자진시정을 통해 혁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시장경쟁을 독려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의의결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 건이다. 지난 2008년 1월 유럽규제당국은 MS가 PC 운영체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웹브라우저를 끼워팔기한 혐의를 조사했다.
이에 대해 MS는 소비자들의 웹 브라우저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시스템을 제공하는 내용의 자진시정안을 제시했다.이는 유럽 집행위원회의 동의를 얻었고 별도의 금전적 보상이나 배상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그러나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진시정 안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유럽 규제당국이 재조사에 착수, 그 결과 동의의결 위반으로 약 5억6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2007년 미국소재의 D램 기술관련 기업인 ‘램버스(Rambus)’에 대해서도 동의의결제도를 적용했다. 램버스가 ‘특허매복(patent ambush)’으로 부당한 로열티를 요구했는지 조사했으나 램버스가 로열티를 합당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 등을 내용으로 시정안을 제출하면서 동의의결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금전보상은 없었다.
2011년 12월 유럽규제당국은 애플과 출판사들이 전자책 판매 가격을 담합해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애플과 각 출판사는 출판수수료를 낮춰 판매가격을 정상화하는 시정안을 제시했다. 이후 2012년, 2013년 두 차례 걸친 시장 테스트와 여론수렴을 통해 최종 시정안을 확정하고 사건은 종료됐다.
미국에서는 골든쇼어스테크놀로지(Goldenshores Technogologies) 사건이 가장 최근 사례다. 이 회사는 모바일 플레시 라이트 앱을 제공하면서 위치정보가 모두 전송된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이용자들이 기기정보를 전송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다고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여부와 무관하게 기기정보를 전송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미국 FTC는 즉각적으로 해당 사실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소비자 피해 구제 내용은 시정방안에 포함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IT시장의 경우 매년 급변하기 때문에 3~4년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공정위가 승소한다고 해도 경쟁상황이 전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선진국들이 급변하는 IT산업 시장에 ‘동의의결 제도’를 널리 활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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