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vs게임’ 선악 구도가 게임중독법 불렀다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중독법 반대 토론회’가 11일 서울시 역삼동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 디캠프(D.CAMP)에서 열렸다. 게임규제개혁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 중인 협단체들이 주최·후원한 행사다.
이날 토론회는 게임중독법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공부’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게임중독법이 발의된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 보면 사회적 문제와 맞물려있는데 그 대표적인것이 공부라는 것이다. 공부의 최대 방해요소로 게임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공부vs게임’ 선악 구도가 형성됐고 그 결과로 게임중독법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토론회 패널로는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사진 오른쪽부터>와 이병찬 변호사(법무법인 정진), 이인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김정태 성균관대학교 교수,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방승준 학부모(치과의사), 강용원 한의사가 참여했다.
◆학부모의 공부중독이 문제…공부 셧다운제 만들어야=두 아이의 학부모인 방승준 씨는 “부모들의 성적 중독이 문제”라며 게임이 공부의 방해물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했다. 방 씨는 “방해가 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까 하면 애들과의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것을 만들지 않고 게임을 막으면 애들이 죽는다”고 호소했다.
방 씨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숲 활동이라는 것을 예로 들면서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해야 되는데 학부모들이 (가이드가) 나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애들이 다 기억하게 하고 다시 검토한다”면서 극성스런 학부모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공부중독법, 공부 셧다운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게임중독법을 비꼬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진 교수는 “게임에 왜 빠지나 그것밖에 할 게 없으니 당연히 빠질 수밖에 없다”라며 “원인을 고쳐야하는데 애들을 공부로 죽이고 있다”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공부 중독법, 셧다운제를 만들어야 한다. 방과후 3시간 이상 공부 시키면 아동학대죄로 넣기도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게임중독법은 권력의 문제=진중권 교수는 또 “의원들은 발의할 때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압력단체가 있다”면서 게임중독법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는 학부모단체와 기독교단체, 의사단체를 겨냥해 말문을 열었다.
진 교수는 게임중독에 대한 각 단체의 입장으로 “학부모단체는 공부를 안 하는 게 게임 때문이라고 말하고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선과 대비되는 악으로 본다”며 “의사단체는 치료해주겠다면서 병을 만든다”고 전했다.
그는 “(의사단체가) 치유해주겠다면서 자기들 방식대로 그리고 자기들이 하겠다고 한다. 권력의 문제”라며 “흐름을 보면 동성애 담론과 상당히 비슷한데 동성애는 신학적으로 보면 세속적 의미에서 병이 된다. 이 과정에서 바뀐 것은 의사가 (게임중독을 병으로 만들어) 권력을 뺏어가는 것이다. 이런 흐름들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중독법, 의학적 프레임서 발의된 게 아냐=강용원 한의사는 게임중독법에 대해 “의학적 프레임에서 발의된 게 아니다”라며 “토건적, 경찰적, 수탈적”이라고 비판했다.
강 한의사는 “약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 대화로 해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풀릴 것”이라며 “핵심포인트는 청소년의 무제로 정신상태가 기성세대와는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교 1등한 아이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부모는 보상했다고 생각하는데 보상을 받은 것은 부모”라며 “공부한 당사자는 그냥 열심히 한 결과인데 부모는 결과와 보상을 착각하고 있다”고 가정 문제를 거론했다.
강 한의사는 “현실에서 보상이 안 되니 아이들이 사이버 세계로 들어가 지금 상황이 된 것”이라며 “보상에 의존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흘러가는 것인데 아이들이 이런 마음상태를 가졌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법안에 공세적 입장 취해야=이병찬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프레임은 이슈가 잠잠해지다가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아이가 게임을 한다는 얘기에 법안을 만들어아야지 하고 업계는 우리가 봉인가 라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며 “공세적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입법으로 풀고 싶은 의원들은 규제하는데 돈이 들지 않고 이슈를 선점해 더 좋은 자리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교육부와 경찰청 등 사회적 시스템의 이런 분들 입장에선 왜 관리하지 못했나 그런 규제 법안을 만들면 지지층이 결집되고 권력이 생성된다”고 입법 이면의 상황을 꼬집었다.
진 교수도 공세적 입장에 대한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게임에 관한 담론 그 밑에 깔린 무의식의 욕망이 있는데 그 부분을 쳐서 의식화시킬 때 소모적 논쟁도 끝나지 않을까”라며 “네거티브하게는 실제로 공격해줘야 어떻게 왜곡됐는지 보여줄 때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중독은 소금중독=이인화 교수는 “개인적 소견으로는 게임중독을 소금중독이라고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금의 짠맛을 게임의 몰입도 유지에 비유했다. 소금중독이 있더라도 짠맛을 없애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게임의 몰입도가 필수적인 것으로 소금처럼 생활의 일부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교수는 “소금을 과다섭취하고 혈당이 조절 안되는 부분 등은 막자 이런 식으로 게임중독에 대응해가겠다 학부모에게 알려서 여러 가지 하겠다라는 입법논의가 있었으면 한다”며 업계에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신의진 의원 법안을 막는다해도 이런 법이 또 나올 것”이라며 “어느정도 수준까지 하겠다는 선제입법 대항입법을 추진해야 그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쉬는 것을 죄악시 하는 사회=이날 토론회에 앞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발표자로 나선 김광삼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전공 교수(별바람스튜디오 대표)는 “일을 빨리 끝내면 (놀 시간에) 일을 더하라는 게 우리 사회”라며 “쉬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것을 죄악시한다”고 지금의 게임중독법 논란을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고 봤다.
김 교수는 “게임하는 시간에 뭔가를 더 했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노력을 안 한 것이 된다”며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인가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언젠가 부딪혀야 할 시대정신의 충돌이라고 본다”고 중독법 논란을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냉정하게 보고 서로 감정싸움을 하지 말자”면서 “좋은 결과를 내 사회를 발전시키자”라고 덧붙였다.
윤형섭 게임학 박사(가천대학교 교수)는 게임의 긍정적인 기능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아암 치유게임 ‘리미션’(Re-Mission)의 사례나 일본의 뇌졸증 환자 재활게임 그리고 맥도날드가 게임을 만들어 자선사업을 진행하는 등 해외 사례를 참조해 게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해외에서 재활용품 수거함에 간단한 게임원리를 적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불이 켜질 때 (빈병 등을) 넣으면 점수를 준다”며 “보통 재활용기기보다 두 배로 많은 빈병이 모인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은 예술이자 문화, 교육도구이기도 하다”며 “게임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상 와일드카드 대표는 “한 달에 3만원이면 적어도 100시간 이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게임”이라며 “해롭다고 낙인을 찍는 것은 가장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엔터테인먼트를 뺏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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