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게임중독법] 의학계서도 인정 못받은 게임중독이라는 질병
최근 ‘4대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다. 중독법은 도박과 마약, 알코올 그리고 인터넷게임을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두고 통합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으로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그 파장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러한 중독법 논란이 불거진 이유와 찬반 진영의 논리, 법안 추진 배경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사 순서
①게임이 4대 중독?…업계·게이머가 발끈한 이유
②의학계서도 인정 못받은 게임중독이라는 질병
③게임중독법, 정신과 의사들의 수익모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업계가 중독법에 대해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게임’이 마약과 알코올, 도박과 같은 중독물질 및 사행행위와 한데 묶여 통합 관리된다는 것에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도 게임 중독에 대해 아직 통일된 진단 기준이 없고 과연 질병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치료 방법에 있어서도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영식 중앙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최근 신문 칼럼을 통해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매뉴얼 연구그룹은 인터넷게임 중독(addiction)이 아닌 장애(disorder)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인터넷 중독 혹은 게임 중독이란 용어가 과연 의학적으로 적절한 표현인지부터가 논의 대상인 셈”이라고 법제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러나 신의진 의원은 이 교수가 지적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문제가 심각한데 연구가 축적되고 질병으로 등재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현재 게임이 중독이라는 의학적 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 중독을 확증하기 위해 중독이라고 규정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결국 순환 논증의 오류”라고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업계는 중독법이 시행될 경우 법이 가지는 선언적 의미에 따라 ‘게임=중독물’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질까 우려하고 있다. ‘게임이 4대 중독 물질(또는 행위) 중 하나’라는 프레임(틀)에 갇혀버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중독법을 보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독법 제2조(정의)에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미디어 콘텐츠까지 중독법의 관리 대상에 두겠다는 뜻이다.
이에 문화예술계 인사들까지 들고 일어섰다. 지난 21일 여러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발족식이 진행됐다.
이날 공대위는 발족선언문을 통해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가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 및 행위로 정의되고 있어 그 규제의 범위가 일반 상식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수준”이라며 “이번 법률안은 문화예술계와 문화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편협하고 일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여당의 중독법 추진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발족식에 참가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게임 미디어 콘텐츠가 4대 중독으로 규정되면 다른 법과 정책을 만드는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앞으로 미디어 콘텐츠 규제를 정당화하는 그런 법으로 이 법이 기능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가 된다”고 반대 논리를 펼쳤다.
더욱이 중독법 제13조(중독폐해 예방환경 조성)와 제14조(중독에 관한 광고의 제한)는 구체적인 규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보인다. 중독물질등의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관리하고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는 데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신 의원도 인터뷰를 통해 “문구를 완화할 생각이 있다”며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는 중독법이 규제 내용이 없는 기본법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중독법이 기본법이라는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 관련 법만 14개인데 이들 법의 개정을 위해서는 중독법이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도록 한 국가중독관리위원회와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수명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중독법이 기본법이라고 하는데 여러 법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중독법이) 여러 법의 동의를 얻지 못해 지금 굉장히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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