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11일 정기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단행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소비자가전(CE)부문, 정보기술 및 모바일(IM)부문, 디지털솔루션(DS)부문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권오현 부회장(DS부문), 윤부근 대표(CE부문), 신종균 대표(IM부문)의 이른바 권·윤·신 ‘쓰리톱’ 각자대표 체제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조직개편, 보직인사의 키워드는 변화보다 안정이다. 현 사업체제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장 및 IT업계 변화에 대응하고 소폭의 사업단위 조정이 이뤄지는 선에서 마무리가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3부문이 아닌 사업 단위별로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IM부문 무선사업부에 속한 PC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보다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PC 사업은 작년 IT솔루션사업부(현재 해체, 프린터는 CE부문으로 이관)의 PC 출하량은 1500만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이 보다 더 낮은 13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IM부문 이익확대를 위해서 전사차원에서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태블릿은 선전한 반면 PC는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내년 PC 판매량 목표는 올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00만대에 불과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PC 사업은 이돈주 사장과 이영희 부사장이 지휘하고 있다. 결과로만 보면 혹평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스마트 기기, 특히 태블릿은 목표를 상회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IM부문의 전체 수익성을 고려하는 바람에 PC 판매량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사업 단위별 개편이 필요성이 대두된 셈이다.
현 3부문 체제가 유지되면서 CE부문은 TV사업부 김현석 부사장, 생활가전사업부 엄영훈 부사장이 중용됐다. IM부문도 무선사업부 이돈주 사장, 네트워크사업부 김영기 사장이 유임됐다.
이 가운데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무선사업부 산하로 통합해 이미징사업팀으로 재편한 것도 눈에 띈다. 한명섭 부사장은 사업팀장으로 임명됐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의 브랜드, 판매망, 소프트웨어 역량과 제조경쟁력을 카메라사업에 이식할 것”이라며 “무선사업부의 경우 이미징사업부의 축적된 광학기술을 스마트폰 차별화 역량으로 접목할 수 있어 통합 시너지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양 사업부의 시너지 효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부품 역량, 예컨대 CMOS 이미지센서(CIS),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 등의 경쟁력이 선두업체를 따라잡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제품에 접목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직은 큰 변화 없이 내실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해외지역을 중심으로 10개 지역총괄 중 5명이 자리를 이동하는 큰 폭의 보직인사가 이뤄졌다. 미디어솔루션센터(MSC)는 산하에 ‘빅데이터 센터’를 신설했으며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시장(B2B) 사업을 보다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 ‘글로벌 B2B 센터’를 준사업부 개념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삼성전자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는 안정적 기조 속에서 신성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CE와 IM부문을 이끌고 있는 윤부근, 신종균 대표는 선의의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 CE부문은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 IM부문의 경우 스마트폰 성장 한계를 딛고 태블릿에서 애플을 눌러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전략회의와 글로벌회의를 실시해 2014년 본격적인 도약을 위한 정지작업을 연내 모두 마무리 할 계획”이라며 “전임직원이 새로운 각오로 경영목표 달성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