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이 5일 실시한 2014년 임원 승진 인사에선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여성 임원 승진자는 15명으로 2012년 9명, 2013년 12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9명은 임원 승진 연한을 채우지 않았지만 발탁을 통해 남들보다 1~2년 일찍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승진한 여성 15명 중 12명이 삼성전자 소속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전체 임원 승진자 475명 가운데 여성 승진자 15명은 비율로 따지면 3%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9월 말 기준 본사 정규직 남녀 성비는 약 7(남성)대 3(여성)이다. 이 비율을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올해 여성 승진자 숫자에 대한 평가는 ‘약진’보단 오히려 ‘여전한 유리천정’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국내 대기업과 비교하면 삼성의 임원 승진 인사는 상당히 전향적인 것이 맞다. LG전자의 경우 올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임원 승진자 1명을 배출했다. LG전자의 전체 여성 임원 숫자는 올해 신규 승진자를 포함해 상무급 3명이며 LG그룹 전체 여성 임원 숫자는 15명이다. 삼성의 경우 현재 삼성전자에만 2명의 여성 부사장이 있고 삼성 그룹 전체로는 40여명의 여성 임원이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올해 전무로 승진한 삼성카드의 이인재 상무는 루슨트사 출신의 IT시스템 전문가로 카드 IT 시스템 선진화를 주도했다. IBM과 딜로이트, AT커니 출신의 IT컨설팅 전문가인 삼성카드 박주혜 부장도 내부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주도, 올해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에버랜드 이인미 부장은 남성복 디자인 전문가로 갤럭시, 로가디스, 엠비오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확립을 주도해 상무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나머지 12명의 상무 승진자는 모두 삼성전자 소속이다. 변리사와 미국 변호사 자격을 겸비한 김유리 부장은 전사 특허 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에 기여, 올해 승진했다. 동남아시장 매출 확대를 주도한 생활가전 마케팅 전문가 송명주 부장, 김연아 에어컨 등 히트 가전제품을 디자인한 송현주 부장, 언론인 출신의 국제변호사로 국내외 TV 사업의 법률분쟁 해소를 주도한 김수진 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임원 발탁 승진의 주인공도 삼성전자, 그 중에서도 휴대폰과 TV 같은 완성품 사업 부문에서 주로 나왔다. 갤럭시S4, 갤럭시노트3 배터리 수명향상 설계를 주도한 장세영 부장, 스마트TV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 최윤희 부장은 남들보다 2년 일찍 상무를 단 케이스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적 출시를 이끈 휴대폰 마케팅 전문가 김희성 부장, TV 마케팅 전문가로 체험형 스마트TV 스토리존 매장 구축을 주도한 양정원 부장, 뉴질랜드에서 주력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1위로 올려놓은 삼성전자 최초 여성 주재원 출신인 연경희 부장, 자율 출퇴근제 도입, 창의연구소 확산 등을 주도한 인사전문가 이영순 부장은 1년 발탁 승진했다.
전기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메모리 개발 전문가로 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에 기여한 안수진 부장, 메모리 제품설계 자동화 추진을 통해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한 양향자 부장도 1년 발탁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 측은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 조직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강화했다”며 “여성 승진자 중 60%는 발탁 승진으로 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른 전략적 승진 인사 실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