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 그룹의 간판이자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권오현 DS부문 대표(부회장), 윤부근 CE부문 대표(사장), 신종균 IM부문 대표(사장) 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3개 부문 각자 대표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 이후 매 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 성장세를 이뤄왔다. 그룹 수뇌부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해 내년에도 이 같은 체제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장 승진자 8명 가운데 6명이 삼성전자에서 주요 사업을 담당했던 부사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영기(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장), 김종호(무선사업부 글로벌제조센터장), 조남성(LED사업부장), 원기찬(인사팀장), 이선종(재경팀장), 박동건(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장) 부사장은 올해 인사에서 모두 사장으로 승진했다. 비전자 계열사의 사장 승진자는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과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2명이다(사진 위, 좌측부터 순서대로).
당초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지만 소문에 그쳤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삼성전자 외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회사가 없었다”라며 “전자의 경우 실적은 좋지만 고참 사장단의 연차가 4~5년차로 통상 삼성그룹의 부회장 승진 연한인 7~8년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쓰리톱 체제 유지, 사장 승진자 대거 배출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설명이다.
이러한 인사 조치에서 볼 수 있듯 삼성전자 외 계열사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 그룹의 고민이 감지된다. 일각에선 될 만한 사업은 대부분(LED, OLED 등) 삼성전자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체득한 인사들이 그룹 내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대거 옮긴 것은 ‘이재용의 삼성 시대’ 개막을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 모든 전자 계열사를 아우르는 가운데 승계를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인사에서 전동수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삼성SDS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세트와 부품 사업을 두루 경험했고 과감한 결단력과 큰 배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다. 삼성SDS가 향후 상장되면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계열분리에 필요한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9월 삼성SDS는 삼성SNS를 합병했고,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률도 8.8%에서 11.3%로 커졌다. 따라서 전 사장의 삼성SDS행은 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LED사업부장을 맡았던 조남성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 부품소재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제일모직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제일모직은 최근 패션사업 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양도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인 이서현 부사장은 올해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역할을 맡으며 제일모직 경영에서는 손을 떼게 됐다.
경영 일선에 남은 부회장 4명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인(최지성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삼성전자 소속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 부회장의 친정 체제를 확고하게 다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와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올해 인사에서 각각 고문과 삼성사회공헌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실상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