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둘러싼 이슈는 KT-KT스카이라이프와 나머지 유료방송 사업자간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한 KT그룹에 대한 규제강화가 골자다.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지만 소비자 측면에서도 문제는 만만치 않다. 동일시장 동일규제가 소비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서울YMCA는 3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시청자 선택권 확대인가 제한인가?\'를 주제로 시청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IPTV나 위성방송, 케이블TV방송이 동일서비스라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 했다. 하지만 동일 시장이라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특정기업에 대한 규제강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특정 기업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토론자로 참여한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합산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위적인 경쟁제한으로 시청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시장점유율을 33%로 제한할 경우 35%에 달하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는 디지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며 \"케이블TV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유력한 사업자가 탈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프로그램공급자(PP)와의 거래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현재 클리어쾀, 8VSB 등 HD급 화질로 송출하는 대안이 있지만 이 역시 진정한 디지털전환은 아니라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클리어쾀 등은 짝퉁 디지털 정책\"이라며 \"시장점유율을 33%로 제한할 경우 아날로그 가입자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케이블TV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해 가뜩이나 늦은 방송디지털 전환을 지연시키거나 아예 물 건너가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 측면에서도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황 교수 주장이다.
황 교수는 \"KT의 강력한 경쟁력이 시청자의 선택권과 후생을 약화시켰는가\"라며 \"합산규제 법안이 통과돼 KT가 경쟁에서 이탈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지역독점사업자인 SO 권역내에서의 경쟁은 소멸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 규제가 많은 케이블TV 사업자의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지 규제를 강화하는 식의 정책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KT의 지나친 영역 확대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KT라는 거대사업자가 위성방송까지 흡수하면서 싼 가격에 결합방송을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 같지만 장기가입 등으로 묶어놓고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사무국장은 \"처음의 당근은 언젠가는 채찍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며 \"독과점 사업자를 견제할 수 있는 정책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 사무국장은 IPTV 플랫폼 사업자인 KT가 위성방송 플랫폼까지 흡수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성은 산악지대 등 지상파 난시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능이 있는데 서로 다른 플랫폼을 동일 사업자가 하게 된 것은 많은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제도적으로 시청자에 대한 선택권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정책을 하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규 호서대 특정 사업자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변 교수는 \"현재 유료방송 상품은 결합상품 위주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의 불공정행위가 단품 판매보다는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며 \"한 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새로운 독점력 창출을 위해 약탈적 가격책정으로 불공정 경쟁을 추구할 유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 및 절충안도 제기됐다.
김광호 서울과기대 대학원 미디어IT공학과 교수는 \"같은 유료방송 서비스라면 기술방식에 상관없이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하며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방송콘텐츠 산업의 자본투자 확대를 유도하도록 점유율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무리하게 한 사업자에게 제한을 걸 경우 소비자 복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용자 피해구제 및 예방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특히, 김 교수는 한시적인 합산규제 검토를 제안했다.
그는 \"KT 계열의 점유율이 33%에 도달하더라도 전체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추가 가입자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과 점유율 포화 시에도 대체 서비스가 없는 지역의 경우 정책적 검토를 통해 조정하면 된다\"며 \"통합방송법 제정 및 적정 유예기간 일몰을 전제로 이해당사자간 대립을 중재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팀장은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3분의 1로 제한해 그만 장사하라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거부감이 있다\"면서도 \"공정거래나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출현은 분명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팀장은 \"인위적인 시장점유율 제한으로 특정 사업자의 가입 중단이나 강제해지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시장점유율에 따른 시장지배적 지위 부여, 대기업의 소유제한 및 겸영금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