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내년 전통적 형태의 PC 시장을 어둡게 전망했다. 그러나 태블릿에 탑재되는 아톰 시스템온칩(SoC) 출하량 목표치는 공격적으로 제시했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매출 감소를 메우기 위해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인텔 측은 밝혔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각) 개최한 연례 투자설명회에서 내년 자사 PC용 CPU를 사업을 담당하는 PC클라이언트그룹 매출이 한 자릿수 중반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태블릿에 탑재되는 아톰 SoC의 내년 출하량은 올해보다 4배 늘어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데스크톱 및 노트북과 같은 전통적 형태의 PC 출하량은 3억310만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도 출하량이 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태블릿 출하량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태블릿 출하량은 1억8443만대로 전년 대비 53% 성장, 내년에도 43%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가트너는 보고 있다.
인텔도 이 같은 시장의 시각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크르자니크 CEO는 그러나 PC 시장의 역성장세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점을 들어 “점진적으로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텔이 태블릿 시장의 무기로 내세울 제품은 최근 발표한 베이트레일이다. 베이트레일은 종전 제품인 클로버트레일 대비 성능은 대폭 강화하고 전력 소모량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날 인텔은 신규 아톰 SoC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성능 시장을 노린 브록스톤(Broxton) 저가 시장을 노린 소피아(SoFIA)가 주인공. 브록스톤은 2015년 중반기, 소피아는 내년 하반기 시장에 선보여질 예정이다.
파운드리 사업도 확대한다. 크르자니크 CEO는 “인텔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앞으로 거래 기업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르네 제임스 인텔 회장 역시 “경쟁사(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AMD와 애플까지)의 칩도 위탁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인텔은 지난 2월 세계 2위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인 알테라와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 인텔은 ARM 코어텍스 53 코어를 내장하는 알테라의 SoC FPGA 스트라틱스10을 14나노 3D 트라이게이트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발표는 인텔이 ARM칩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 지적재산권(IP)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자세는 매우 전향적이라는 평가다. 그간 인텔은 자사 공장에서 자사 제품만을 생산해왔었다. ‘자존심’을 버린 이 같은 인텔의 행보는 파운드리 업체인 TSMC, 글로벌파운드리,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텔은 이날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 힘을 쏟음과 동시에 2015년 업계 최초로 10나노 공정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인텔 측이 제시한 내년도 매출액 성장 목표치는 2.1%였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 대비로는 낮은 것이라는 평가다. 인텔은 PC 시장 부진으로 지난해 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매출액이 1.4%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