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온라인게임 시장이 어렵다 어렵다 말은 많이 들었어도 이정도 상황인줄은 몰랐습니다”
최근에 만난 게임업체 관계자가 고충을 토로했다. 2년 넘게 개발한 온라인게임을 출시했지만 도통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신작이 나오면 사람이 모여들고 이 가운데 일부가 남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처음부터 사람이 모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상식을 벗어난 이 같은 상황 전개에 사내 분위기가 속된 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업 종사자들은 온라인게임 시장의 극심한 불황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기획부터 출시까지 6개월여가 걸린 모바일게임이 수년간 개발한 온라인게임보다 시장 반응이 앞서자 허무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카카오톡 연동 모바일게임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리그오브레전드(LOL)가 PC방 점유율 40%를 넘나들기 시작할 때부터로 기억된다. ‘온라인게임 성장 한계론’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모바일게임에 집중한다’,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인력과 자본력으로 압박하면 버티기 어렵다’ 등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잿빛 전망이 잇따라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매년 20~30% 성장률을 기록하던 온라인게임 시장이 올해부터 한자리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시장 규모 전망치도 변화가 잇따랐다.
2012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수록된 시장 전망에서는 국내 온라인게임이 2014년 11조7968억원 매출액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올해 게임백서에선 무려 4조원 가량을 밑도는 7조8759원으로 시장 전망치가 수정됐다. 온라인게임의 시장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온라인게임의 성장세 둔화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온라인게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온라인게임은 패키지게임과 달리 이야기의 전개가 끝이 없다. 수년 동안 인기를 끌어온 구작(舊作)과 신작 간에 이용자를 뺏고 뺏기는 시장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패키지게임과 달리 3~4개 온라인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이용자는 드물다.
그러한 상황이 십수년간 이어지던 와중에 모바일게임 열풍이 시장을 강타했다. 게이머의 상당수가 모바일게임을 즐기게 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업체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부분유료화 과금모델의 오용도 업체들이 제 발목을 잡게 만들었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콘텐츠 품질을 앞세워 시장에서 승부하기보다 아이템에 확률 요소를 넣어 눈앞의 이익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업체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그러다 훌륭한 콘텐츠 완성도를 갖추고서도 유료 결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리그오브레전드(LOL)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자 그제야 이용자 부담을 줄인 ‘착한 유료화’를 하겠다는 업체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한발 늦은 ‘뒷북 대응’이었다.
지금 온라인게임 업계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온라인게임으로 한번 더 승부를 걸거나 모바일게임 사업을 병행할지 아니면 아예 눈을 돌려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는 이슈로 손꼽히는 상황이다.
어찌 됐든 국내 업체들이 온라인게임 성장 한계론을 극복할지 여부는 내년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체들에겐 올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