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반도체 소자,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신규 공장 건설을 자제하고 있어 장비 업계는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러나 생산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차별화 장비를 개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라면 저성장 시대에도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1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4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전방 산업계의 투자 위축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75% 급감한 8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차별화 장비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은 오히려 늘렸다. 주성이 지난해 투입한 R&D 비용은 563억원으로 매출액의 73% 규모였다.
그는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M램 및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 대응하는 차별화 장비 개발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며 “이들 차세대 장비로 상반기 공급 계약을 따내거나 데모 장비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M램은 플래시메모리의 장점인 비휘발성과 D램의 장점인 빠른 동작 속도를 결합한 저전력, 고집적,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양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은 최근 개발을 마친 M램 식각 장비를 미국 및 러시아 합작사인 CNE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M램 식각장비 시장에 조기 진입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미세화 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신규 증착 장비는 최근 국내 대형 고객사의 차세대 선행기술개발라인에 데모용으로 공급이 이뤄졌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전자 이동도가 높은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용으로 개발된 신규 증착장비(CVD)로 매출 확대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올해 실적은 작년 대비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어플라이트머티어리얼즈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의 경영 통합과 관련해선 “주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플라이드는 각 공정 전반에 걸친 CVD 장비 시장에서, 도쿄일렉트론은 LP CVD 장비 부문에서 주성엔지니어링과 경쟁하는 글로벌 업체다. 그는 “기업이 경영 통합이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려면 기술과 자본이 만나야 하는데 양사는 규모도 비슷하고 제품 라인업도 겹쳐 비용절감 외에는 큰 시너지를 발휘하긴 힘들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450mm 웨이퍼 장비 투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뛰어들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황 대표는 “지금 상황으로 봐선 소자 업체들의 450mm 장비 투자는 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수요단의 시황이 확 살아나지 않고 있어 당분간 300mm에 대응하는 차세대 장비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