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가 유료화 됐다고 가정을 하자. 당신은 매월 1만원 정도는 온라인 신문 구독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와 의지가 있다.
당신은 어떤 신문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이 세상 돌아가는 일 전반에 대한 소식을 알고 싶고,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조선.중앙.동아일보 중 하나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의 성향이 개혁적이라면 한겨레나 경향신문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정파적인 신문이 싫다고 한국일보를 선택할 지도 모른다.
당신이 세상 전반의 일보다 경제에만 관심이 있다면 매일경제나 한국경제를 선택할 수도 있고, 주식투자를 위해 빠른 속보를 원한다면 머니투데이나 이데일리를 구독할 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를 선택했다면 한겨레는 볼 수 없다.
당신이 2만원 정도는 신문구독에 쓸 의 여유가 있다면 두 개의 신문, 3만원 정도는 괜찮다면 세 개의 신문을 볼 수도 있다. 반면 당신이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라면 유료 온라인 뉴스 구독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뉴스가 유료화 됐을 때의 풍경이다. 정보 습득량이 부(富)와 비례해진다. 정보화 시대에는 돈을 벌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정보다. 결국 이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으로 연결된다.
일부 고급 콘텐츠만 유료화하는 ‘부분 유료화’도 마찬가지다. 돈 있는 사람은 ‘고급’ 콘텐츠를 쉽게 접하고, 돈 없는 사람들은 ‘저급’ 콘텐츠만 소모하게 된다.
이번에는 당신이 전 직원 2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언론사 종사자라고 가정하자. 온라인 뉴스가 유료화 됐을 때, 종합일간지나 대형 경제지 대신 당신의 뉴스를 한 달에 만원씩 내고 구독할 독자는 몇 명이나 될까?
현재 전 세계적에서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진행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다. 이 언론사들의 공통점은 그 나라나 그 분야에서 구독자, 영향력 1위의 신문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언론사는 조선일보다.
이는 온라인뉴스 유료화가 1위 언론사의 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료화’라는 단어로 인해 많은 언론사들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온라인 뉴스 유료화로 성공할 수 있는 언론사는 많지 않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가 아니라면 온라인 뉴스 유료화 시대에는 생존이 어렵다.
이처럼 온라인 뉴스 유료화는 소비자들과 소규모 언론 종사자들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이 속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1등 신문뿐이다. 그런데 마치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선’이고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여론을 이끄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언론이 프레임을 그렇게 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무료로 뉴스를 보여줘서 온라인 뉴스 시장을 망쳐놨다’는 죄목으로 주류 언론들로부터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NHN은 이에 굴복해 네이버뉴스 유료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네이버뉴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유료화를 도입한다면, 뉴스스탠드나 뉴스공급 제휴를 맺은 소수의 언론들은 이 혜택을 조금이나마 받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