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뉴스스탠드와 언론의 탐욕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메인 화면을 장식하던 시절, 기자는 네이버SE를 웹브라우저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 뒀었다. 낚시성 기사에 넘어가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네이버SE는 구글처럼 검색창 하나만 달랑 있는 네이버 페이지다.
일반적인 네이버 화면으로 접속하면 낚시성 기사에 당하기 일쑤였다. 기사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러 네이버에 한 번 들어갔다가 왜 접속했는지조차 잊고 언론사에 낚여 파닥거렸다. 별 내용도 없이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의 기사를 따라 이리저리 방황하고 나면 20~30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아무리 낚이지 않으려 해도 강태공 부럽지 않은 언론사들의 낚시 솜씨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는 기자 개인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기자 주변의 네이버 이용자들은 대부분 이같은 경험을 했었다.
낚시성 기사와 선정적 기사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4월부터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폐지하고 뉴스스탠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뉴스스탠드의 가장 큰 특징은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 제목이 직접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사들이 네이버 첫 화면에서 낚시성 기사 제목으로 유혹하지 못하도록 기사 제목이 아닌 언론사 이름만을 노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뉴스스탠드는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비판은 온라인 뉴스 생태계가 죽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뉴스스탠드 이후 뉴스 소비가 줄었다는 데이터가 인용되고 있다.
지난 달 25일, 디지털 미디어·마케팅 전문 기업 DMC미디어는 발표한 '온라인(인터넷) 뉴스 콘텐츠 소비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도입한 후 뉴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70.6%에 달했다.
인터넷 시장조시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 첫 화면에 접속한 이용자의 뉴스캐스트 이용률은 68% 수준이었으나 뉴스스탠드 이용률은 15%(5월 기준)에 불과했다.
뉴스스탠드 이용률이 줄었다는 것은 언론사의 트래픽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언론사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뉴스스탠드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하지만 뉴스스탠드 이용률이 줄었다는 점은 낚시성 기사에 파닥거리는 네티즌이 줄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기자도 웹브라우저 시작화면을 네이버SE에서 다시 일반 네이버 메인화면으로 바꿨다. 첫화면에서 낚시질을 당하지 않다보니 검색하러 접속할 때는 검색을 하고, 뉴스보러 접속했을 때는 뉴스를 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뉴스캐스트 시절에 비해 기자의 업무 생산성이 올라갔다.
사실 뉴스스탠드는 그렇게 합리적인 시스템은 아니다.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직접 노출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굳이 두 세번 더 클릭을 해서 뉴스를 볼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뉴스스탠드보다는 뉴스캐스트가 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뉴스캐스트는 도저히 ‘뉴스’라고 봐줄 수 없는 저질 콘텐츠가 난무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 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은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내 것 아니라고 함부로 쓰다가 모두가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언론사들은 뉴스스탠드를 실패로 규정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의 뉴스스탠드는 불편하다.
그러나 뉴스스탠드가 다른 어떤 서비스로 대체되더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언론사들이 트래픽 탐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들이 저널리즘과 명예를 다 버리고 저질 트래픽만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네이버가 그 아무리 훌륭한 플랫폼을 내놓아도 성공하긴 힘들다.
언론사들이 탐욕을 버리지 못할 바에야 낚시질이라도 덜 당하는 뉴스스탠드가 낫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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