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엔비디아가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자산(IP)을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라이선스 사업 모델을 도입한다.
이 회사는 그간 ‘내가 만들어 내가 쓰는’ 수직통합형 사업 모델을 고수해왔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정체 상태인 실적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했다.
19일 데이비드 섀넌 엔비디아 법률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GPU 코어 및 비주얼 컴퓨팅과 관련된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GPU 기술을 보다 많은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케플러 아키텍처의 GPU 코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 업체에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케플러는 다이렉트X11, 오픈GL 4.3, GPU병렬컴퓨팅(GPGPU)를 지원하는 GPU 아키텍처다. 회사 측은 “가장 진보하고 가장 전력 효율적인 제품”이라고 케플러를 소개했다. 엔비디아는 내년에 선보일 차기 모바일 AP(코드명 로건)에 케플러 GPU 내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이 회사가 라이선스 사업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소니에 플레이스테이션3용 GPU를 공급했고, 2011년 인텔과의 특허 소송 합의에 따라 비주얼 컴퓨팅 관련 특허 로열티로 매년 2억5000만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액은 42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고 순이익은 5억8100만달러로 3.19% 감소했다. 주력인 PC 시장은 올해도 역성장이 예상된다. 모바일 AP 테그라 시리즈는 시장 점유율이 1% 수준으로 낮다.
엔비디아가 GPU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하면 GPU 코어를 판매하는 이매지네이션, ARM 등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존페디리서치의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스템온칩(SoC)용 GPU를 판매하는 순수 IP 업체는 이매지네이션(46.5%), ARM(12.9%), 비반떼(9.8%), DMP(1.7%)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그랬듯 PC에 기반한 기술로 모바일 시장에 진입할 때는 ‘단위 작업당 낮은 전력소모량 달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매우 높다”라며 “엔비디아의 신규 사업 모델이 단기간 내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는 한정적이다. 시장 1위 업체인 퀄컴은 ‘아드레노’라는 독자 GPU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고객이 되지 못한다. 애플은 자사 A 시리즈 칩에 줄곧 이매지네이션 GPU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미디어텍 정도가 엔비디아의 후보 고객군이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 파운드리 계약 성사건을 선물로 주고 GPU를 판매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