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IT, 속도와의 전쟁①] 금융권의 화두, 로우 레이턴시
국내 엔터프라이즈 IT시장에서 ‘속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IT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즉시성을 달성한다는 명제는 물론 과거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기업환경 변화가 맞물려 속도 개선에 대한 기업들이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고. 여기에 IT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고객 편의성의 제고, 신상품 출시와 같은 빠른 시장 대응력, 시장 트렌드를 읽어내야하는 빅데이터 분석의 문제 등 최근 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현안들도 결국은 물리적 개념의 속도에서 차별화가 시작된다.
<디지털데일리>는 IT시장에서‘속도’가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최신 IT시장의 동향을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엔터프라이즈 IT, 속도와의 전쟁①] 금융권의 화두, 로우 레이턴시
[엔터프라이즈 IT, 속도와의 전쟁②] 스토리지 업계, 플래시에 빠지다
[엔터프라이즈 IT, 속도와의 전쟁③] 빅데이터 분석, 이기종 간 속도경쟁 본격화
<사진>전세계적으로 자본시장 거래의 속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거래시스템 속도에서 밀리면 국제 자본시장의 큰손을 놓칠 수 밖에 없다. 사진은 2012년 5월, 한국거래소가 수출계약을 통해 완성한 필리핀 자본시장거래시스템 개장 기념식.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1백만분의 1초 단위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본시장시스템이다. 글로벌 자본시장 거래 경쟁이 본격화되고 국내에서도 대체거래소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속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불을 지핀 곳은 한국거래소(KRX)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차세대 거래시스템인 엑스추어 플러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대형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엑스추어 시스템 개발이 지난 2009년 완료된 이후 2년 만이다.
이처럼 한국거래소가 시스템 개발 2년 만에 또 대규모 사업비를 들여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나선 이유는 자본시장 거래 시스템에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촌각을 다투는 거래가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이뤄진다. 국제 자본시장거래소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문 체결 속도는 경쟁력과 바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9년에 완성한 ‘엑스추어’(EXTURE)시스템을 불과 2년 만에 속도경쟁을 위해 업그레이드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리눅스 기반의 x86 서버도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일부 비핵심 업무에 도입됐던 리눅스 운영체제와 x86 서버를 한국거래소가 도입하면서 적어도 2금융권에선 본격적인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이 x86에 비해 절대적인 속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세계 유수의 증권거래소의 거래처리속도가 유닉스 환경으로 구동되는 엑스추어 시스템보다 월등하다는 점에서 x86 시스템과 리눅스 조합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는 전통적으로 속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잡음이 있긴 했지만 부산에 파생상품 매매접속장치 ‘라우터’가 구축된 것도 좀 더 빠른 매매체결을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차원에서 속도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단에서 속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코스콤은 최근 전문가용 주문처리시스템이 대폭 개선된 신제품 ‘케이 프론트(K-FRONT)’를 출시한 바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 솔루션은 투자자의 주문에서 체결까지 소요되는 시간인 ‘레이턴시(Latency)’를 단축하고 고효율 저지연의 최신 리눅스(Linux) 기술을 적용했다. 또 코스콤이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세컨드 단위의 국제표준 프로토콜(FIX)와 알고리즘 플랫폼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자본시장 트레이딩 시장에서 속도 개선을 위한 솔루션 개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데이터 암호화에 따른 속도 지연에 대응하기 위한 어플리케이션단의 개발 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데이터 암호화에 따른 속도 지연은 자본시장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지 및 데이터 암호화 관련 업계에선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자본시장 업계가 요구하는 속도에 거의 근접하게 다가갔다는 자체 평가다.
다만 실제 도입까지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보안정책이 어떻게 강화되느냐에 따라 도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주가 등 예측 분석을 위한 시스템에도 ‘속도’는 중요해지고 있다. 내부 데이터는 물론 다양한 외부 데이터까지 접목해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기종 시스템에 있는 데이터를 빠르게 연계해 분석하기 위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실시간 주가 분석은 결과적으로 자본시장 시스템에서의 거래를 효과적이고 빠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만큼 넓게는 로우 레이턴시를 가능하게 하는 분야로 취급되는 상황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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